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장관급)이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과 관련해 16일 사의를 표명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김 사무총장은 이날 낮 중앙선관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와 관련해 사무총장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드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조선일보가 단독 입수한 김 사무총장의 사의 표명 입장문을 보면,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 폭증으로 인한 어렵고 힘든 여건에서도 직원 여러분께서는 최선을 다해 헌신적으로 선거관리에 임해 주셨지만, 모두 저의 잘못으로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면서 “실행이 어려운 복잡한 지침과 늑장 지시, 일선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업무 추진,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권위적인 태도 등으로 현장의 혼란과 어려움을 가중하고 정신적인 고통까지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우리 위원회에 국민적 비난과 질책이 빗발침으로써 혼신의 노력으로 희생을 감수해 주신 직원 여러분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됐다”면서 “어려운 환경과 힘든 여건에서도 최일선에서 땀과 눈물로 대선을 묵묵히 관리해 주신 직원 여러분의 열정과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와 사죄를 드리며, 저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부디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방 선거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우리 위원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재도약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앞서 선관위는 3·9 대선을 앞두고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 관리를 부실하게 하면서 여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았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코로나 확진·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비닐 팩이나 종이 상자,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옮기면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확진자 투표 인원 예측에도 실패하면서 확진자들이 장시간 투표장에서 대기하는 문제가 노출됐고, 야당을 중심으로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김 사무총장 및 실무진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김 사무총장은 이번 대선 직후 과거 그가 자신의 아들이 지방 공무원에서 선관위로 이직하고 승진하는데 특혜를 줬을 것이라는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0대 대통령 선거 부실 관리 문제와 관련해 “선관위의 총책임자인 노정희 위원장이 사퇴해야한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이 벌어진 지난 5일 당일에도 선관위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도 하지 않아 논란을 불렀다. 노 위원장은 지난 8일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했지만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이날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선관위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다. 중앙선관위 2인자이자 유일한 상근 선관위원인 상임위원을 비롯해 야당 추천 몫 선관위원도 비어있는 상태다. 중앙선관위원 정원 9명 가운데 2명이 공석인 비상(非常) 체제에서 대선을 치렀던 것이다. 여기에 선관위원 나머지 7명도 국회 여야 추천 위원인 조병현 위원을 제외하고 6명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거나 김명수 대법원장 지명 또는 더불어민주당 추천을 받은 친여(親與) 성향 인사들이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까지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 사퇴한 것이다.
노 위원장은 17일 중앙선관위 선관위원 회의를 긴급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위원장이 이 회의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내고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고, 보여주기식 꼬리 자르기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면서 “무능과 편향으로 일관했던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선관위원장의 명(命)에 움직이는 사무총장이 그만둔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라고 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선관위 모든 업무의 최정점에 있는 노 위원장의 사퇴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이미 선관위원의 구성은 기울어져 있고, ‘선거관리’가 아닌 ‘정권 눈치보기’로 급급했던 선관위를 향한 국민적 불신은 걷잡을 수가 없다”면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다. 노 위원장은 하루속히 거취를 표명하고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