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노정희)가 1일 사전투표 반대 운동을 해온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본지에 “황 전 대표 등은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신문광고 등을 통해 사전투표가 조작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할 자유를 방해하고 선관위의 사전투표 관리에 관한 직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됐다”며 고발 사유를 밝혔다.

공병호 박사. /뉴시스

선관위가 오는 4~5일 실시하는 이번 대선 사전투표를 앞두고 사전투표 반대 운동을 벌이는 주요 인사들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선관위는 고발장에서 “황 전 대표, 민 전 의원은 신문광고, 집회 발언,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선관위가 ①부정 선거를 위한 비밀 임시사무소 설치 ②사전투표 용지에 불법 도장 사용, ③법적 근거 없는 QR코드 사용, ④투표지 분류기를 외부 인터넷망에 연결해 사전투표 조작 등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전 대표, 민 전 의원은 ‘선관위가 이번 20대 대선에서 부정 선거를 준비 중이므로 사전투표를 하면 안된다’는 취지의 광고를 주요 일간신문에 계속·반복적으로 게재해, 유권자들로 하여금 사전 투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여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거나, 사전투표를 하는데 지장을 초래하게 하는 등 유권자의 자유로운 사전투표 참여를 방해해 공직선거법 제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를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선관위는 지난 28일 같은 혐의로 공병호 소장을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 전 대표, 민 전 의원, 공 소장 등은 지난 2년간 2020년 4·15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사전 투표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부정 선거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전 투표를 하지 말고 본 투표를 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지난 22일 광주(光州) 한 행사에서는 “문재인 정권은 4·15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사과를 하지는 못할망정 계속 부정선거를 감추고 속이고 있다. 이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본 투표만 해야 한다고 했다.

민경욱 전 의원.

민 전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데 대해 “투표는 사전 투표와 당일 본 투표 두 가지가 있는데, 저는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면 가급적 사전 투표를 하라고 했던 것”이라면서 “지난 2년간 부정 선거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써왔고, 이 과정에서 나타난 부정 선거 정황 사례가 거의 대부분 사전 투표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이재명 후보 등은 사전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건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냐”면서 “그런데 저 같이 본 투표를 하자고 주장한 사람들만 고발한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8일 강원도 춘천 옥천동 춘천시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권투 글러브를 착용하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2.02.28 이덕훈 기자

그러나 국민의힘은 코로나 확산 등으로 본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사전 투표의 투표함을 CCTV로 감시하도록 하는 등 각종 보완책도 마련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도 지난 28일 강원 동해시 선거 유세에서 “정부가 선거날(3월 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만명 나온다고 발표해 여러분의 당일(본투표일) 투표를 못 하게 막을 수 있다”면서 “사전 투표를 반드시 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윤 후보는 “재작년 4·15 총선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 걸로 아는데, 저희 국민의힘에서 이번에 공명선거감시단을 발족해서 철저하게 감시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도 3월 4~5일 실시되는 사전 투표 때 투표할 계획이다.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지지층 일각에서 사전 투표를 꺼리는 움직임이 일자 투표 독려에 나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초박빙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투표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최근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사전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8일 경북 안동시 웅부공원에서 열린 '안동의 아들 이재명, 대통령으로 키웁시다' 안동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2.28 /남강호 기자

민주당도 사전 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은 28일 선대위 회의에서 “신분증만 지참하시면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의 사전투표장에서 투표하실 수 있다. 많이 참여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재명 후보도 이날 경북 포항 유세에서 “사전투표 열심히 해주고 주변에도 많이 권장해달라”며 “이 투표가 ‘내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주변에 꼭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을 결정하기 위한 투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