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일 평안북도 대관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12시 35분 북한 평북 대관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면서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하고 미국·일본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격이 어려운 ‘변칙 기동’ 정황도 포착돼 합참은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22일 이후 16일 만으로, 지난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다. 국가안보실은 이 대통령에게 즉시 발사 사실을 보고하고, 긴급 안보 상황 점검 회의를 열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전날 북한은 최근 미 행정부가 취한 대북 제재와 관련해 “우리 역시 언제까지든지 인내력을 가지고 상응하게 상대해줄 것”이란 담화를 냈다. 그리고 하루 만에 도발에 나선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방한해 지난 4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북핵 대응을 논의하고, 이튿날 미 해군 7함대 소속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이 부산의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데 대한 대응 성격도 있다.
◇北, 美항모 입항해 있는 부산 사정권 미사일 쏴
이날 탄도미사일은 동해상으로 약 700㎞ 날아가 함경북도 연안의 알섬에 탄착했으며, 전술핵 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남 타격용 SRBM인 것으로 파악됐다. 발사 방향을 남쪽으로 돌리면 지난 5일 조지 워싱턴함이 입항한 부산작전기지가 거의 정확하게 표적 범위에 들어간다.
북한이 7일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합참은 북한이 지난달 초 노동당 창건 열병식에서 선보인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마’를 발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미국 측과 함께 제원을 분석 중이다. 다만 미국 전쟁부(국방부) 당국자는 지난달 온라인 브리핑에서 “북한이 극초음속 기술 구현에 성공했다는 실질적 증거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발사 지점은 그동안 미사일 발사가 자주 이뤄지지 않은 평북 대관으로, 고정 발사대가 아닌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대관은 중국 국경과 가까운 산악·하천 지대로 군사적 요충지”라면서 “한국군에는 낯선 대관이라는 지역에서 원점 타격이 어려운 TEL을 통해 대남 타격용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도발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이후 잇달아 발표한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한 반발 성격도 깔려 있다. 미 재무부도 지난 4일(현지 시각) 북한 정권의 사이버 범죄 수익 자금 세탁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8명과 북한 소재 기관 2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앞서 미 국무부도 북한산 석탄·철광석의 대중 수출에 관여한 제3국 선박 7척이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북한은 지난 6일 김은철 외무성 미 담당 부상 명의의 담화를 내고 “미국의 악의적 본성이 또다시 여과 없이 드러났다”며 “미국은 제아무리 제재 무기고를 총동원해도 조·미(朝美, 북·미) 사이에 고착된 현재의 전략적 형세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변경시킬 가능성은 영(0) 이하라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3일 헤그세스 장관이 SCM 참석에 앞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았을 때 평안남도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다연장 로켓포)를 발사하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발사’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던 대통령실은 이날 국가안보실의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 후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정부 입장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