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성사시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국무부 한반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대북팀’을 한국에 파견했던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미국은 유엔사와 외교 채널 등을 통해 북한에 APEC 기간의 미·북 정상 회동 의사를 타진했지만,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2019년 판문점서 만난 트럼프·김정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최근 국무부 한반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대북팀’을 한국에 파견해 미북 정상 회동 가능성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 때문에 백악관은 APEC을 계기로 한 미·북 정상의 회동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미·북 판문점 회동과 관련, 유엔사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북·미 회담 일정이 어떤지 현재 알 수는 없지만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대북팀, 서울 체류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달 중순 여러 부처 당국자가 포함된 대북팀을 한국에 보냈고, 이들은 현재도 서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케빈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도 비슷한 시기 비공개로 방한했다고 한다. 2018~2019년 미·북 정상회담 당시 협상 실무자였던 김 부차관보는 우리 측 외교부와 정보 당국 관계자 등을 만나 대북 동향을 공유하고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논의했다.

김 부차관보는 지난 17일 미국으로 귀국해 “현실적으로 이번에는 판문점 회동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백악관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 양측이 의전과 의제를 조율하는 일반적 형식으로 미·북 정상 회동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잠정적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다만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깜짝 회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트위터(현 X) 메시지로 김정은에게 만남을 제안했고, 김정은이 이에 호응해 32시간 만에 미·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됐다.

◇중국·러시아 지원 받는 北 느긋

김정은은 지난달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우리와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이 지난달 초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통해 다자 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등 정상 국가 지도자로 보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을 6년 만에 다시 만나 세계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대북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난 타개를 염두에 두고 집권 후 첫 대미 협상에 나섰던 2019년과 달리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어 협상이 급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김정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핵잠수함 건조 기술과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을 핵잠수함에서 사출하는 기술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이러한 핵심 기술을 러시아에서 다 받아 핵잠수함을 완성할 때까지 북한은 러시아와 최대한 밀착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최근 조셉 윤 주한 대사대리의 교체가 결정되면서 후임으로 내정된 케빈 김 부차관보는 25일 다시 한국에 와서 대사대리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이날 “조셉 윤 대사가 10월 24일부로 이임한다”며 “(윤 대사의) 리더십과 헌신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는 메시지를 언론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