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타이거 시범여단’ 장병이 2023년 1월 경기 파주 무건리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훈련에서 정찰 드론을 조립하고 있다. 육군은 2040년까지 모든 전투 여단을 ‘아미타이거’ 부대로 만들기로 하고 2025년까지 4개 시범여단을 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입이 지연되며 시범여단은 2022년 지정된 곳 하나뿐이다./조선일보DB

병력 자원 감소는 노무현 정부가 2005년 ‘국방개혁 2020’을 내놓았을 때부터 예상됐다.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방부는 ‘인구 절벽’으로 인한 병력 공백을 과학기술로 막겠다며 ‘국방개혁 2.0’ ‘국방혁신 4.0’ 등의 첨단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스마트군(軍)’ 육성 계획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던 2018년 문재인 정부는 병 복무 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육군 기준)로 단축했다. 그리고 무인 전투 체계 도입과 자동화를 통해 첨단 군대를 만든다는 대책을 ‘국방개혁 2.0′에 담았다. 육군은 4차 산업 첨단 기술에 기반한 미래형 지상군이 되겠다며 ‘아미타이거’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래픽=김현국

그 핵심 중 하나는 ‘워리어 플랫폼’이란 첨단 전투 체계 확보였다. 장병 개개인에게 미군 등이 사용하는 신형 방탄 헬멧과 야간 투시경 등을 지급해 전투 역량을 높이고, 첨단 네트워크로 적시에 전장 상황과 전술 지침을 전달한다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한국형 아이언맨’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던 이 체계의 실전 보급은 늦어지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25년까지 4개 여단에 보급됐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아미타이거 시범여단’ 하나에만 도입됐다. 개인 통신망과 전장 정보 가시화 체계는 개발 지연 등으로 인해 시범 부대에도 도입되지 않았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미군은 10년 전부터 삼성 갤럭시를 군용으로 들여와 전장에서 소대·분대원들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무인기도 조종하는데, 우리 군은 이제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군은 2018년 병력이 줄어드는 만큼 드론을 활용해 적 핵심 표적을 감시 타격하고 로봇으로 전투원의 역할을 대체하겠다며 ‘드론’과 ‘로봇’의 합성어인 ‘드론봇’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육군은 드론봇전투단도 창설했다. 그러나 군 소식통은 “지난해 폴란드에서 자폭 드론 ‘워메이트’를 들여오면서야 전투용 무인기가 확보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자폭 드론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위력을 입증했지만, 국내 개발이 지연되자 수입해온 것이다.

군이 병력 감축에 대비해 2000년대 말부터 도입해 개량 중인 과학화 경계 시스템(무인 감시 체계)도 실제 효과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초소를 지키는 병사를 줄일 수 있지만 하루 종일 감시 카메라 화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감시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철책에는 외부 자극에 따라 경보가 울리는 광망(光網)을 설치했지만 민감해 오경보가 자주 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경보를 줄이려 민감도를 낮췄다가 철책 넘는 사람을 놓치는 사례도 있었다. 올해 들어서 AI를 통해 열영상 감시 카메라 경보를 고도화하는 사업이 22사단에만 일부 적용된 상태다.

육군의 다목적 무인 전투 차량은 원격 조작을 통한 감시 정찰 및 사격 기능을 갖추고 있다. 2020년부터 개발이 이뤄져 이미 시제품도 나와 있지만 업체 간의 평가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기종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국은 물론 중국도 최근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서 정찰, 공격, 지뢰와 폭발물 제거, 지원 등 원하는 모듈을 탑재할 수 있는 16대의 무인 전투 차량을 공개했다. 중국 매체들은 통신망을 통해 유인 부대와 연계해 사막, 초원 등 다양한 지형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군은 AI 기반 무인·로봇 전투 체계를 도입하면 병력·비용은 줄이고 국방력은 증강할 수 있다며 ‘국방혁신 4.0’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AI·무인기·로봇 등 첨단 분야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공간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비역 소령 A씨는 육사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군 위탁 교육으로 미국 명문대에서 첨단 군 체계 관련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군 유·무인 체계 관련 부서에 근무했지만 ‘말뿐인 국방 개혁’에 실망해 3년 전 전역했다. 그는 24일 본지에 “천문학적 예산을 군 첨단화에 쏟아붓지만 책임자들은 AI의 에이(A)도 모르고 단기 성과에만 집착한다”며 “문서만 만들고 행사용 세미나만 열지 계획 이행은 않더라”고 했다.

육사 출신으로 로봇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전역한 B소령도 “제대로 국방 개혁을 하려면 드론을 수입해 오는 정도로는 안 된다”며 “인사 체계, 작전 개념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했다. 사명감을 가진 인재가 있어도 전문성 있는 분야에 근무하지 못하고, 진급에서도 불리한 현 체제하에서는 결국 군에 있어도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방부는 국방 개혁이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국방개혁 2.0’ 달성률이 80% 이상이라고 입장을 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2023년 ‘국방혁신 4.0’ 발표 1년 만에 달성률이 44%가 넘는다고 했다. 군 소식통은 “달성하기 쉬운 과제를 국방 개혁·혁신에 포함시키고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마다 국방 개혁을 외치지만 이름만 바뀌는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