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5년 대한민국 육군장교 통합임관식에서 신임 장교들이 임석상관인 육군참모총장 직무대리에게 경례를 하고 있다. /육군

육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서울 지역 주요 부서에서 근무하던 A 대위는 10년 차가 되던 2023년 전역을 택했다. 대령 진급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엘리트였기 때문에, 그의 전역은 초급간부들 사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A씨는 23일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군 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어떻게 가정을 꾸려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현재 강남 대치동 등에서 활동하는 입시 강사가 된 그는 군 시절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비슷한 시기 임관 5년 차에 조기 전역한 또 다른 예비역 대위 B씨는 “열악한 근무 환경, 박봉도 전역 유발 요소지만 군을 깔보는 사회적 시선이 제일 싫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이처럼 군을 떠나는 젊은 간부는 해마다 늘고 있다. 23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역한 5~10년 차 간부는 4486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2023년 4061명 전역이 ‘최고 기록’이었는데 한 해 만에 다시 경신한 것이다. 대위·중사 등 군의 허리를 이루는 5~10년 차 간부 전역은 2021년(2821명)부터 4년 연속 늘고 있다.

국회 국방위의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동안 ‘5년 차 전역’을 선택한 육·해·공 사관학교 출신 초급장교는 447명에 달했다. 잦은 이사 등 열악한 근무 환경, 낮은 급여 수준, 병사 월급 인상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업무 가중 등이 엘리트 장교들마저 ‘조기 전역’의 길로 내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효식(육사 42기)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박봉이라도 군에 대한 자부심과 명예가 있었는데 그것마저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