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는 모습. 이들 앞에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와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식사하며 대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청와대 조선일보DB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이 공식 발표되면서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정은과 만날지 관심이 쏠린다.

공식적인 남북 회담은 예정된 게 없지만, 전승절에서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우 의장과 김정은의 조우(遭遇)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 의장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만찬에 참석해 김정은과 문배주를 마시기도 했었다.

우리 정부와 우 의장 측도 이재명 정부 출범 첫 남북간 접촉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오늘 중국 정부 발표 이전부터 김정은의 방중 동향을 인지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스1

반면 북한 당국은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바로 옆에 설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3일 전승절에서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병식이 진행되고 시 주석을 중심으로 각국 정상이 망루에서 열병식을 관람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이 때 중국 당국은 국력, 대중 관계 등을 고려해 시 주석 옆에 설 해외 지도자를 정하고 망루 내 자리 배치를 짠다.

이에 북한 당국이 김정은 첫 다자 외교 무대 데뷔전이자 2019년 이후 6년만의 방중인 이번 전승절 참석에서 김정은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시 주석 옆에 세우려한다는 것이다.

10년 전인 2015년 9월3일 열린 70주년 전승절 열병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전승절에 참석했는데 시 주석의 오른쪽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다음으로 서서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에서 열린 '항일 전쟁 및 세계 반 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함께 자금성 망루에 올라 행사를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시 주석의 왼쪽은 장쩌민·후진타오 등 전임 주석들이 나란히 섰다. 자릿값이 가장 높은 첫 열에 시 주석과 나란히 박 대통령이 섰던 것이다.

중국이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한국 대통령에게도 각별한 예우하는 ‘자리 배치 외교’를 한 것으로 풀이됐다. 박 대통령이 섰던 자리는 195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이 마오쩌둥 중국 주석 바로 옆에 서서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봤던 바로 그 자리였다.

1954년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에서 마오쩌둥(오른쪽)과 나란히 선 김일성.

중국은 당시 정상들이 행사 장소 등으로 이동할 때나 환영만찬에서 시 주석 오른쪽에 푸틴, 왼쪽에 박근혜를 배치하는 등 극진한 외교적 안배를 했다.

한·중 우호적 분위기는 이듬해 박근혜 정부가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고, 중국이 이에 대해 경제·문화적 보복을 하면서 틀어졌다.

당시 전승절에는 북한 대표단장으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었다. 열병식 때 최룡해의 자리는 시진핑·푸틴·박근혜 등이 위치한 줄의 맨 오른쪽 구석이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와 최룡해의 동선은 겹치지 않았고, 두 사람이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이번에도 열병식 망루 자리 배치에 따라 우 의장과 김정은의 조우나 김정은의 다자 무대 데뷔전 성패가 갈릴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우 의장이 열병식 관람 때가 아니더라도 행사장 이동 또는 만찬시에 자연스럽게 김정은에 다가가 말을 건네는 기회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성사될 경우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에 이어 재회하게 되는 것이다.

우 의장의 페이스북을 보면, 우 의장은 2018년 김정은을 만났을 때 “저의 아버지 고향은 황해도이고, 그 곳에 저의 누님이 두분 계신다. 저의 어머니는 102세인데 누님들을 보고자 기다리고 계신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우 의장 측은 정부와 함께 전승절 참석 관련 사안을 조율하며 대중 외교, 남북 관계 관련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