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3일 성능을 개량한 두 종류의 ‘신형 반항공(反航空)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미국 순방을 위해 출국하던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신형 미사일 시험을 한 것이다.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군사 기술 지원을 받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토르’와 ‘S-300′을 개량해 만든 미사일을 시험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지난 18일부터 진행 중인 한미 연합 연습에 반발하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신형 지대공 미사일의 사격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북한이 개발한 신형 미사일이 목표 궤도로 날아가는 모습(오른쪽).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번 발사를 참관하며 국방과학연구부문이 관철해야 할 중요한 과업을 지시했다. 참관에는 조춘룡 당 비서와 김정식 당 중앙위 1부부장, 김광혁 공군사령관 공군대장, 김용환 국방과학원 원장 등도 동행했다. 통신은 “사격을 통해 신형 반항공 무기체계가 무인 공격기와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공중 목표에 전투적 속응(빠른 대응)성이 우월한 것이 평가됐다”면서 지대공 미사일이 목표물을 격추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다만 통신은 시험한 미사일의 구체적 명칭, 미사일 발사대, 사격 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북한이 지대공 미사일로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이 과거 열병식에서 공개했던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 복제품 ‘북한판 토르’ 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미사일을 사출한 후 공중에서 점화하는 ‘콜드 론치’가 적용됐는데, 이는 러시아 토르 미사일과 S-300과 같은 방식이다.

토르는 옛 소련 시절 개발된 단거리 이동식 지대공미사일로 사정거리 16㎞, 고도 10㎞ 내에서 목표물을 요격할 수 있다. S-300도 소련이 개발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수백㎞를 날아가 전투기뿐 아니라 순항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 파병 대가로 대표적인 방공 무기 체계인 ‘판치르’ 기술도 북한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판치르가 발사되는 장면은 없었다. 다만, 북한이 두 종류의 신형 지대공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발표했다는 점에서 토르와 함께 S-300 혹은 판치르가 발사됐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주한미군사령부는 북한이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을 ‘침략 전쟁·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는 데 대해 “UFS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정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며 “북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전구(戰區)급 한미 연합 연습인 UFS는 지난 18일 시작돼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