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8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라며 단계적 비핵화 전략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대북) 정책 방향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적극적인 남북 대화를 통해 핵을 동결, 축소, 폐기까지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 협의를 전제로 단계적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이 대통령의 구상은 남북 대화가 중단된 상황에서 대북 협상 문턱을 ‘비핵화’에서 ‘핵 동결’로 낮춰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써온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나 ‘윤석열 정부가 썼던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향후 대북 협상을 염두에 두고 북한을 자극할 요소를 뺀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정부는 핵 동결, 감축(축소), 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적 비핵화 전략과 실행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면서 “이를 통해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중단된 북미·남북 대화를 재가동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선 북한이 핵 동결에 나설 경우 그 대가로 대북 제재의 완화·해제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가에선 정부의 바람과 달리 비핵화 협상이 ‘핵 군축’ 협상으로 변질돼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2019년 미·북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탄도미사일 이외에도 잠수함, 구축함, 어뢰 등 핵무기 운송·투발 수단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대북 확성기 철거, 한미 연합 훈련 실기동 훈련 연기, 9·19 군사 합의 단계적 복원 천명 등 이재명 정부의 ‘긴장 완화 조치’도 “대결 본심을 감출 수 없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미국 트럼프 정부가 얼마나 공감할지도 관건이다. 정부는 오는 25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 2018년 첫 미·북 정상회담 당시 발표된 ‘6·12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하는 내용의 대북 메시지를 내기 위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성과물을 부각하며, 미·북 대화도 촉진해 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러시아와 밀착하며 군사·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어, 2018~2019년 때처럼 한미 정부의 협상 제안에 쉽게 호응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