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달 30일 타결한 통상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에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6% 수준이었던 국방비를 GDP 3.8%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은 또 “한국의 전통적 맞수인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미군을 배치하는 것을 한국이 공개적으로 지지할 것을 요구했다”고 WP는 전했다. 한미 관세 협상에는 이런 내용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이달 25일로 추진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방비 인상, 주한 미군 역할 조정 등 이른바 ‘한미 동맹 현대화’ 관련 현안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WP는 이날 자체 입수한 미 정부 내부 문서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을 이용해 국가 안보 목표까지 달성하려고 했다’고 보도했다. WP가 확인한 한미 합의문 초안에는 “대북 억제를 계속하면서도 중국 억제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주한 미군의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한국이 발표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미국 측이 이런 내용을 한국에 요구하려 했다는 뜻으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시 현안이 될 수 있다.
이 합의문 초안에는 한국이 지난해 GDP의 2.6% 수준이었던 국방비를 3.8%까지 늘리고,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SMA)도 증액하는 방안도 담겼다고 WP는 전했다. 올해 우리 국방비는 61조2469억원으로 GDP 대비 2.32% 정도다. 3.8%가 될 경우 국방비는 100조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이 같은 요구를 실제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미는 지난달 30일 관세 협상 타결 당시 안보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9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간에 관세에 관한 협의도 있고 또 안보에 관한 협의도 있고, 그것들은 정상회담에서 모아질 걸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미 한미 정부는 고위급 외교 채널을 통해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워싱턴 DC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부상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앞서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8일 ‘한미 동맹 현대화’의 의미에 대해 “한반도와 그 너머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연합 (방위) 태세를 적응시키고, 상호 운용성을 심화하며 전 영역에 걸친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