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경기 평택시 오산미군기지. /박성원 기자

내란 특검이 주한 미군과 한국 공군이 함께 사용하는 경기 평택의 오산 기지를 압수 수색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검은 오산 기지의 한국군만 적법 절차에 따라 압수 수색했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선 기지 대부분을 관리하는 미군 측과 충분한 사전 절차 협의 없이 진행해 관세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미 동맹 훼손’ 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내란 특검은 지난 21일 경기도 평택시 오산 기지 내 한국 공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를 압수 수색했다. 이번 압수 수색은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11월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진행할 당시 공군 방공관제사령부에 협조 공문을 보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무인기를 공군이 적성기로 오인해 출동·요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나 드론사가 사전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공군에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압수 수색에서 관련 공문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오산 기지 내 한국 공군작전사령부 측과 소통해 출입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산 기지의 출입 통제는 한국과 미국 군이 함께 맡고 있는데 출입 사실은 한국군이 알고 미군 측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군 소식통은 30일 본지에 “최근 내란 특검의 ‘K-55(오산 기지 지칭)’ 압수 수색 집행 과정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수사 기관이 주한 미군 기지 내에 들어와 압수 수색을 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압수 수색 장소가 한국 공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였더라도 접근 통로와 주변 시설을 미군도 사용하기 때문에 미 측과 사전 협의가 필요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따르면, 외부인의 미군 기지 출입은 미군의 허가 또는 양국의 합의에 따라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과 우리 군이 주한 미군 측과 사전 협의만 했으면 별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안”이라며 “특검팀이 압수 수색을 확대하면서 주한 미군까지 자극한 격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검팀이 압수 수색한 MCRC는 레이더 등을 활용해 비행 물체를 탐지·식별하고, 전력을 투입·대응하는 공군의 핵심 지휘 통제 시설이다. 같은 건물에 주한 미군 시설도 들어가 있다. ‘오산 기지 압수 수색’은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12·3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내란 특검 조은석 특검을 직권남용, 위력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서민위는 지난 21일 내란 특검이 오산 공군기지를 압수 수색한 것과 관련해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압수 수색에 착수해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군사비 증액, 관세 폭탄의 빌미가 돼 국가 산업의 엄청난 피해를 양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내란 특검의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산 공군기지 압수 수색은 대한민국 공군과 군인이 관리하는 자료에 대해서 실시한 것”이라며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 수색할 수 없다고 법에 규정돼 있고, 이에 따라 (한국 측) 부대 사령관 승낙하에 이뤄졌다. 미군이 관리하는 자료는 압수 수색 대상 범위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군과 사전 협의가 필요한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는 것이 오히려 국익을 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특검 관계자는 “현장에 출동한 검사와 수사관이 미군을 마주친 적도 없다”고 했다.

☞오산 공군기지

경기도 평택시 일대에 있는 오산 공군기지는 대한민국 공군과 주한 미 공군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특검이 압수 수색 때 들어간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 건물은 한미 양국이 작전을 총괄·통제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