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29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해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 오는 31일 워싱턴 DC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 전에 먼저 일본을 찾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일본이 최근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만큼, 일본에서 관련 조언도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조 장관은 29일 방일해 당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다음 날 도쿄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향해 31일(현지 시각)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관세 협상 시한(8월 1일) 전날에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이번 한일 회담에서 한일, 한미일 협력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 공조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동·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 등도 주요 의제다.
한국과 경제·안보 측면에서 비슷한 처지인 일본이 지난 22일 먼저 미국과 통상 협상을 타결했다. 이와 관련해 양측 간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도 27일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기에 앞서 일본 협상 관계자들을 접촉해 미국 대응법 등 각종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취임 첫 해외 출장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먼저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 장관은 최근 취임 이후 해외 출장지를 정할 때 무조건 전례를 따르기보다는 ‘전략적 유연성’을 갖고 실리적으로 검토할 것을 간부들에게 주문했다고 한다. 그는 앞서 장관 지명 당시에도 “취임하면 미국부터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취임 후 처음 통화했다. 두 장관은 통화에서 오는 10월 말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할 계기가 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조 장관은 왕 부장의 방한도 초청했다.
왕 부장은 조 장관에게 “한중 관계는 제3자의 제약을 받아선 안 된다”면서 “한중 협력을 심화 발전시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수혜자로 ‘디커플링’에 반대하자”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이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협상 등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