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서희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이 내주 방미(訪美)해 오는 31일(현지 시각)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기로 한미 정부가 잠정 합의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본지에 “워싱턴 DC에서 31일 이재명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열기로 한미 양국이 사실상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달 4일 이재명 정부 출범한 후 57일 만, 지난 21일 조 장관이 취임하고 열흘 만에 열린다. 조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대미 통상 협상과 맞물린 안보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 25%의 유예 시한인 8월 1일 이전 방미를 추진해 왔다. 가까스로 시한 하루 전에 회담 개최 일정을 잡은 것이다.

조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루비오 장관과 한국 국방 예산 인상, 주한 미군 역할 재조정,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북한 핵·미사일 억제책 등 각종 ‘동맹 현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열린 한미 협의에서 우리 정부에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확대 적용하는 등의 ‘동맹 현대화’를 요구해 왔다. 관세 협상 시한인 8월 1일 직전 열리는 회담인 만큼, 한미 경제·통상 당국 간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에 대한 평가도 있을 전망이다. 아직 개최되지 않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에 대한 구체적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 장관은 이번 방미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가 새겨진 빨간 캡 모자도 준비해 갈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루비오 장관과 만남 때 분위기를 띄우고 호감을 끌어내기 위해 매가 모자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관세 협상 대표였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지난 4일 방미 때 매가 모자를 쓰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만, 조 장관은 모자는 가져가더라도 직접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매가 모자를 쓰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후 일본에서는 ‘굴욕 외교’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