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17일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던 원훈(院訓)을 '정보는 국력이다'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제공)

정부는 최근 대북 방송을 전면 중단한 데 대해 지난해 초 북한의 대남 선전방송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이 방송을 재개하면 정부도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국정원 기조실장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변호사를 임명한 데 이어 최근 국정원 감찰실장까지 민변 출신을 발탁한 데 대해서는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3일 취재진과 만나 국가정보원이 최근 대북 라디오·TV 송출을 중단한 데 대해 “북한이 선제 조치를 취해서 우리도 조치한 것”이라며 “상대가 (대남방송을) 재개하면 대응하겠지만 우리가 먼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국정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민의 소리, 희망의 메아리, 자유FM, 케이뉴스, 자유코리아방송 등 대북 라디오 방송과 대북 TV 방송 송출이 순차적으로 중단됐다.

이는 북한이 작년 1월 통일의 메아리와 평양방송, 평양FM 등 대남 방송 송출을 중단한 데 따른 대응 조치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산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텔레그램

북한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뒤 통일·동족 개념을 사회 전반에서 지웠고, 그 일환으로 대남 방송도 중단했다.

그동안 북한이 한국의 대북방송을 방해할 목적으로 송출하던 전파 10여개가 22일 밤 10시를 기해 중단돼, 지금은 2∼3개만 남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국정원의 대북 방송 송출이 모두 중단된 후에도 북한의 방해전파는 일주일 넘게 계속됐으나 한국의 보도를 통해 이를 확인한 뒤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방해전파 중단을 생각지 못했는데, 북한이 (대북 방송 중단에) 상응 조치를 한 것”이라며 “상대가 우리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대북 방송 중단이 북한의 대남방송 중단에 대한 상응 조처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북한인권 단체들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남북 간 화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 제공을 포기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열린 사회인 한국과 외부 정보 유입이 극히 제한되는 북한의 상황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고 민간의 대북 전단 살포도 말리는 등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도 북한이 당장 대화에 응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담은 쌓고 있지만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그러나, 쉽게 대화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고 당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남북 대화를) 급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우발적 충돌을 막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이 확실한 메시지를 발신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정원 감찰실장에 내정된 이상갑 변호사./뉴시스

이런 가운데 국정원 기조실장에 이어 감찰실장까지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변호사를 발탁한 데 대해 이 관계자는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그는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감찰실장에) 외부 인사를 모신 것”이라며 “과거 잘잘못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국정원에 2∼3급 인사가 있는데. 이에 맞춰 감찰실장 인사를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 국정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에서 1급 전원을 대기발령한 적이 있고, 지금 이것을 바라는 사람도 많지만 (국정원 지휘부가) 그런 고리를 끊으려는 것 같다”며 “국정원을 ‘일 잘하고 성과 내는 조직’으로 만들고, 조직을 동요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지휘부의 의지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