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된 현시점에서 미국이 대사(大使)를 지명도 하지 않은 나라는 69국이며, 한국은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6일 나타났다. 중국·일본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대사가 상원 인준을 거쳐 현지 부임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반면, 한국 대사는 아직 지명자도 발표되지 않은 것이다.
6일 미국 외교관협회가 대사 인선 상황을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앰배서더 트래커’에 따르면 전 세계 미국 대사관 및 국제기구 대표부 195곳 중 대사가 있는 곳은 83곳(43%)이다. 43곳에 대해서는 현재 대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가 대사 지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사 공석으로 대리 대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대사관·대표부는 69곳이다. 현재 미국의 대외 관심사에서 비껴나 있는 지역이 다수를 이루지만, 한국·독일·호주도 여기 포함돼 있다.
트럼프는 집권 후 전통적 우방, 동맹과 전략 지역부터 대사를 보내고 있다. 취임 한 달 뒤인 지난 2월 영국과 이스라엘에 각각 자신의 고액 후원자인 사업가 워런 스티븐스와 핵심 측근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지명했다. 또 일본·프랑스·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도 인선했다. 접경국 캐나다·멕시코, 트럼프가 소유권을 가져오는데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파나마 운하가 있는 파나마 대사도 이때 지명됐다.
트럼프는 3월에는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중국 대사에 측근이자 공화당 거물인 데이비드 퍼듀 전 연방 상원의원을 지명했다. 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이탈리아, 유럽의 우방인 아일랜드 대사도 상원 인준을 거쳐 파견됐다. 유럽연합·네덜란드·그리스·아르헨티나 등 43곳에 대해서는 현재 지명자에 대한 인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주한 미국 대사는 필립 골드버그 대사가 지난 1월 트럼프 취임과 함께 물러난 뒤 여섯 달째 공석이다. 조셉 윤 현 주한 대리대사는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가 연초 한국의 불안한 정국 때문에 주한 대사 결정을 미루는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한국 대선이 끝난 뒤에도 아직 대사 지명 움직임은 없다고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 대사가 비어 있는 경우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만, 공백이 길어지면 한미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