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 설치한 시추선 개조 고정 구조물이 해저(海低) 항법 데이터를 수집하고 탐지하기 위한 용도일 수 있다는 미 싱크탱크의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서해 구조물이 양식 및 양식 시설 관리용이라고 주장하지만 한미 잠수함 등 해군 전력의 동태를 파악하는 군사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서해 PMZ의 중국 플랫폼’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PMZ 내에 중국이 설치한 3기의 구조물 가운데 1기는 석유 시추 시설을 개조한 것으로 위성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총 6층 구조로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PMZ에 신식 양식 시설이라는 ‘선란’ 1호·2호기와 이를 관리하는 운영 시설 1기 등 총 3기를 PMZ 내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선란 1·2호기는 반잠수형의 부유 시설인 반면, 운영 시설은 해저 기반에 3개의 철제 다리를 내린 고정 형태다. PMZ는 한·중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수역으로, 양국 간에 해양 경계선 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이다. 조업 이외 자원 개발이나 시설물 설치를 해서는 안 된다.
CSIS는 “중국은 (고정 구조물을) 선란 관리 시설이라 주장하지만 이를 넘어선 확장된 기능을 갖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설사 추가 확장 및 전용되지 않더라도 서해 구조물은 현 상태만으로도 이미 해저 항법과 탐지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전직 해군 고위 관계자는 “중국 고정 구조물은 대형 시추선 시설을 개조한 것으로 각종 수중 탐지 장치를 탑재하고 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면서 “바다 한복판에 고정 구조물을 두고 소나 장비를 활용한다면 인근 잠수함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전직 해군참모총장도 본지 통화에서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직후 한미가 미 항모를 동원해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해상 훈련을 하려했는데, 중국의 강한 반발에 막혀 동해로 훈련 지역을 바꾼 적이 있다”면서 “중국은 서해상에 미 항모의 진입을 차단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CSIS는 “중국의 서해 구조물 활동은 남중국해 등 다른 지역에서 중국이 보인 회색지대 전술 패턴과 일치한다”면서 “양식, 어업 활동으로 위장해 점진적으로 관할권 주장을 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서해 영유권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지지하는 초당적 이슈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