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지난 2월 26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 설치된 중국 대형 해상 구조물의 조사를 시도했을 때 중국 해경 함정 2척과 고무보트 3척이 방해했던 것으로 27일 뒤늦게 알려졌다. 당초 중국 구조물에 있는 인원 4명이 고무보트 2척을 나눠 타고 흉기로 온누리호를 위협했다고 알려졌는데 함정까지 동원됐다는 것이다.
중국 해경 함정 2척은 길이 110m, 배수량 3450t(톤)급으로 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해경 함정은 고속 모터가 달린 고무보트 3척과 함께 온누리호 주위를 에워싸고 중국 구조물에서 퇴진하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중국은 현재 반(半)잠수형 구조물 2기와 시추선을 개조한 고정형 구조물 등 총 3기의 구조물을 PMZ 내에 무단 설치한 상태다. PMZ는 한·중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수역으로, 양국 간에 해양 경계선 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이다. 중국은 최근 PMZ 내에서 최신예 항공모함의 함재기 이착함 훈련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3년 전부터 PMZ와 이어도 인근 등에 대형 부표(浮標) 13기를 설치했다. 한국도 PMZ를 포함한 서해 해역에 12기를 띄워 놓고 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실에 따르면, 중국 부표는 남중국해에서 서해로 진입하는 길목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통상 부표는 해수 온도와 조류 등 해양 정보 수집을 위해 여러 수역에 걸쳐 분산 배치된다. 한국 부표가 그렇다.
반면 중국의 부표 13기 가운데 70%인 9기가 동경 123~124도 사이 PMZ 이남에 설치됐다. 이 수역은 남중국해에서 서해로 들어갈 때 해로가 좁아지는 곳이다. 한미 해군이 서해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할 때 이 수역 인근을 지나 전북 군산 앞바다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경 124도는 중국군이 해상작전구역(AO)으로 일방 선포한 선이다. 전직 해군참모총장은 본지에 “중국은 서해상에 미 항모의 진입을 견제하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국가안보실 외교정책비서관으로 최희덕(55) 주선양 총영사를 임명했다. 최 비서관은 ‘중국통’으로 꼽힌다. 외교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 등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