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핵 개발 단지에 새 시설물을 건설하는 등 핵 역량을 강화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9일(현지 시각) 밝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분석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정기 이사회 보고에서 “(평양 인근) 강선과 영변의 미신고 우라늄 농축 시설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 사항이 있다”면서 “영변에 새 건물을 건설 중인 것을 모니터링(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 시설은 강선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유사한 규모와 특징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강선에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이 있다고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 시설이 있는 영변에 고농축 우라늄 제조 시설을 새로 설치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고농축 우라늄은 플루토늄과 비교해 지하에서 은밀성을 유지하며 대량 생산하기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 “영변의 기존 5㎿ 원자로가 7번째 운영 주기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 중순 가동을 일시 중단했던 영변 원자로에 핵연료를 공급하고 재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 영변 시설을 통해 플루토늄 생산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IAEA는 영변 경수로도 올해 4월 한 달간 중단된 것을 빼고 안정적으로 가동 중이라고 했다. 경수로 보조 시설의 추가 건설도 최근 완료됐다고 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 개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군은 북한의 영변·강선 등 핵 시설 증설 움직임을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고 있다. 김정은은 올 1월에도 강선으로 추정되는 핵 시설을 방문했고 북한은 관련 내부 핵 시설을 공개했다.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의도적으로 핵 시설을 공개하는 건 향후 있을 미국과의 핵 협상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