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 외교·안보 정책을 챙긴 원로들로 구성된 ‘6인회’라는 모임이 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도 그 멤버 중 하나”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은 본지 통화 등에서 “이 후보자가 국정원장이 되면 정책 아이디어 등 여러 조언을 전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집권했던 정부에서 외교·안보 고위직을 지낸 6인회 멤버들의 아이디어가 이 후보자를 통해 대북, 대중, 대러 정책에 일부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6인회는 박 의원을 포함해 임동원 전 국정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문정인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서훈 전 국정원장,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가 멤버라고 한다. 박 의원은 “한두 달에 한 번씩 모여 서너 시간씩 대북, 대미 등 각종 외교·안보 사안에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면서 “모두 자주파(自主派)”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 후보자와 같이 임명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외교부 북미국장 등을 지낸 ‘동맹파’로, ‘자주파’인 이 후보자와 갈등을 빚을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환상의 콤비를 이룰 것”이라고 했다. 자주파란 민족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강조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동맹파는 한미 동맹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데 양측을 대표하는 이 후보자와 위 실장이 갈등을 빚기보다는 보완적 관계를 맺고 협력할 것이란 주장이다. 여권 관계자는 “6인회 원로들이 이 대통령에게 6인회 막내 격인 이 후보자 기용을 건의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대외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며 “위 실장도 친미·찐미(진짜 미국)이지만 내가 보니 이 대통령은 DJ(김대중)보다 더 친미”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과거 “중국에 셰셰(謝謝·감사합니다)” “미군은 점령군” 발언 등으로 친중·반미 성향이란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고랑에 빠진 소이기 때문에 미국 풀만 먹으면 삐쩍 마른다. 중국 풀·러시아 풀도 먹어야 한다”면서 “대미 외교는 위 실장이, 북한·중국·러시아는 이 후보자가 맡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7국(G7) 정상회의에서도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