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양어장 관리 지원 시설’이라고 주장하며 서해 잠정 조치 수역(PMZ)에 설치한 해저 고정 구조물(왼쪽). 오른쪽은 중국이 2022년 10월 서해 잠정 조치 수역(PMZ) 서쪽 끝단에 설치한 고정 구조물을 최근 촬영한 위성 사진./엄태영 국민의힘 의원·미국 위성 업체 스카이파이(skyfi.com)

정부는 27일 중국의 일방적인 서해 구조물 설치, 항행 금지 구역 설정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범정부 대책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중국의 ‘서해 공정’에 대한 규탄 성명을 잇달아 내놓자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 회의는 이례적”이라면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등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시급한 해양 주권 문제이기 때문에 회의가 추진됐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이날 회의는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 주재로 해양수산부·국방부·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 당국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중국의 서해상 활동이 민·관 기업·해양 관계 부처뿐 아니라 해군·정보기관 등 중국 여러 기관·단체가 동원된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민관군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혼란을 주는 ‘회색지대 전술’로 서해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이에 맞서 범정부적으로 다각적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신식 양식장이라며 직경 70m의 대형 철제 구조물을 설치해 논란을 불렀다. 이어 양식장 관리 시설이라며 폐시추선을 개조해 해저에 철제 다리를 고정한 구조물도 배치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 /뉴시스

중국은 최근엔 이달 22~28일 PMZ 일부 수역에서 군사 활동을 벌인다는 명목으로 ‘항해 금지 구역’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한국 선박의 항행할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국제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중국 측에 ‘우려’ 입장을 전달했다. 중국은 항행 금지 구역 설정에 대해 국제해사기구(IMO) 지역조정국인 일본에 사전 통보하는 것이 권고 사항인데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PMZ는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곳으로 아직 국가 간 해상 경계선을 획정하지 않은 수역이다. 민감 수역이라 어업 이외 시설물 설치나 자원 개발 등은 금지된다. 외교부는 이날 “우리의 합법적 권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27일 서울 성북구 정릉 인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시스

정치권은 중국의 일방적인 서해 활동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규탄 성명을 내고 있다. 김한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26일 서면 브리핑에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해양 주권을 침해하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중국 정부는 일체의 갈등 유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이어 “항행 금지 구역 설정이 군사 훈련을 위한 것이라면 대단히 경솔하고 위험한 결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평화의 서해를 원한다면 중국은 불법 구조물부터 즉시 철거하라”면서 “양국 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주권적 권리가 침해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관례를 따라 항행 금지 설정도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해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NHK가 중국이 동중국해 경계 미획정 수역에 무단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14일 보도했다./NHK

중국은 지난달 열린 한중 해양 협력 대화에서 한국 측 관계자들의 서해 구조물 현장 점검을 주선해주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이와 관련,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내부적으로 중국 제안을 수용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 측과도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