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2025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 채텀하우스 세션이 열리면서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제16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개막을 하루 앞둔 20일 사전 행사로 마련된 채텀하우스 토론회에서 한미 전문가들은 2주 뒤면 출범할 차기 한국 정부의 대외 정책 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해협 위기 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차기 한국 정부에 전시작전통제권(OPCON) 이양에 속도를 내자고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미·중 기술 경쟁 구도에서 양쪽에 걸치거나 중국 측에 기울 경우 미국이 원전·반도체 등 첨단 산업 관련 지식재산권(IP) 이슈로 한국 기업들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은 미국 민주·공화당 전직 하원 의원, 양국 전현직 고위 당국자, 군 관계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헤리티지재단 소속 한반도 전문가 등 35명이 참석해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이 변화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은 중국 앞에 고정된 항공모함과 같다”면서 주한 미군의 역할 조정을 공식화했듯이 동맹 체제에 일대 변화를 가하는 각종 사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측 참석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양안(兩岸)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대북 억제 등 한반도 방위 태세 관리는 한국에 맡기려 한다”면서 “미국은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임기 초부터 전작권 이양을 요구하고, 그 외에도 동맹과 관련된 다른 변화를 줄줄이 추진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측 인사들은 다음 달 3일이면 정해질 새 한국 대통령에 관심이 많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지난 3년간 어렵게 구축한 한·미·일 협력 관계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말도 나왔다. 미 측 관계자는 “한국의 새 리더십이 한국 미래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지 미국과 중국이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을 고려할 때, 작은 실수도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새 정부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미 측 관계자는 “미국은 전쟁을 벌이듯 중국을 상대로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중에 있기 때문에 한국이 중국에 기울 경우 IP 이슈로 한국 기업을 압박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 한국 측 참석자는 “미국이 적국과 우방을 구별하지 않고 동일하게 관세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했다. 이에 미 측 관계자는 “트럼프의 관세 협상은 상대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오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라면서 “갈등 요인을 해소해 나가면 윈윈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채텀하우스 룰

채텀하우스는 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별칭이다. 세계 최정상급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에선 1927년부터 전문가들의 자유롭고 속 깊은 토론을 위해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 규칙을 ‘채텀하우스 룰’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