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미 외교 장관 회의 사진. 마코 루비오(왼쪽) 국무부 장관 두 자리 옆에 한국계 미국인인 케빈 김(붉은 원)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앉아 있다. /외교부 제공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담당하는 케빈 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는 26일 한국이 탄핵 정국으로 미 대외 정책에서 ‘패싱’된다는 우려와 관련, “패싱은 없다. 배제되고 있지 않다”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미국은 한국에 관심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김 부차관보는 이날 주한 미 대사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워싱턴 DC에서 20년 동안 한반도 문제를 다뤄왔다”면서 “솔직하게 말해 한국에 대한 워싱턴 고위 관리들의 태도와 기대치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 행정부는 물론 의원들은 외교, 경제, 문화 등 여러 면에서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인들은 아주 상식적이다. 한국에 기대가 크기 때문에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서 ‘코리아 패싱’이란 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19년 하노이의 트럼프·김정은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발언을 하면서 미·북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두 정상이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AFP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새 정부의 대북·한반도 정책 에 대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공화당 빌 해거티 상원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그는 지난 1월 동아태 부차관보에 임명됐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 대북 라인 중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한 눈높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패싱 등 그런 말이 나올 수는 있겠다”면서도 “이제 한국은 주목받으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올라있다”고 말했다.

김 부차관보는 그러면서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1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의 한미 외교 장관 회담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부차관보는 당시 회담에서 루비오 장관 옆에 배석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대북 정책 실무 총괄로서, 새 정부의 북핵 협상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북핵 협상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가에선 이번 북핵 협상이 미북 양자 형태로 진행되더라도 러시아나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협상에 관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하노이 협상 결렬로 ‘굴욕 귀환’하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며 러시아와의 밀착을 타개책으로 삼았다. 최근엔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1000여 명 규모의 북한군을 파병하고 미사일 지원을 한 대가로 군사 기술과 경제적 지원을 받는 등 전례 없는 밀월 관계를 구축했다.

미국 입장에선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면 푸틴 대통령의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중국도 북·러가 밀월 관계로 빠지고 상대적으로 북·중 관계가 소홀해지자 대북 접촉점을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 부차관보는 이번 방한 중 외교부의 북미국 및 한반도정책국 당국자 등 주요 외교부 인사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차관보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국무부 부장관의 보좌관으로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참여했다. 그의 부친은 국내 유명 로펌의 연구소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첫 미 대북 라인 인사와 상견례차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