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엠브라에르 'C-390'. /뉴시스

군의 항공수송, 긴급 해외 구조 임무에 투입되는 대형 수송기의 2차 사업 기종으로 기존에 우리 군이 운용하는 미국 록히트마틴의 C-130J가 떨어지고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C-390이 깜짝 선정됐다. 우리 군에 브라질산 무기는 전례가 없다. 엠브라에르와 우리 방산업체간 기술 협력, 부품 공급 컨소시엄 등이 이번 선정의 주요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4일 오후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15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대형 수송기 2차 사업의 기종으로는 브라질 엠브라에르사의 C-390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대형 수송기 1차 사업에선 미국 록히드마틴의 C-130J가 선정돼 2014년 1~4호기를 인도 받았다. C-130J는 지난 4월 수단 내전으로 우리 교민을 철수할 때 투입해 맹활약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랬던 C-130J가 2차 사업에서는 탈락하고 브라질 C-390에 사업권을 빼앗긴 것이다. 1, 2차 사업의 기종이 다른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지난 4월 28일 수단 체류 국민의 무사 귀환을 위한 '프라미스(PROMISE)' 작전에 투입된 공군 C-130J 수송기가 김해기지에 착륙해 주기장에 진입하고 있다. C-130J 임무요원들은 수단의 우리 국민들을 포트수단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으로 안전하게 후송하며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공군

방사청은 면밀한 종합 평가를 거친 결과 C-390가 최고 점수를 받아 선정됐다고 밝혔다. 미국 C-130J는 성능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고 한다. 하지만 엠브라에르는 성능과 가격, 절충교역, 특히 국내 방산업체와 협력 컨소시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방산업체가 엠브라에르와 협력을 발판 삼아 앞으로 수송기 개발에 이어 수출까지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사청에 따르면, 이번 엠브라에르 컨소시엄에는 국내 3개 업체가 참여했고 부품 제작 등 국내 방산업체가 참여하는 물량의 가치는 1억3500만달러로 평가됐다. 록히드마틴 컨소시엄에는 국내 방산업체 1개사만 참여했고, 국내 업체 참여 물량의 가치도 1억2900만달러로 엠브라에르 컨소시엄보다 적었다.

방사청 관계자는 “컨소시엄 방식은 이번에 처음 시도했다”면서 “한국 방산업체들이 글로벌 대기업의 공급망에 들어가기 상당히 어려웠는데 이번 컨소시엄으로 부품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엠브라에르의 C-390은 브라질을 포함해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헝가리, 네덜란드 등 7개국에서 수송기로 사용되고 있거나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F-35A 전투기. /조선일보DB

이날 방추위에선 차기 전투기(F-X) 2차 사업 기종으로는 록히드마틴이 제작하는 스텔스기 F-35A로 결정됐다. 차기 전투기 사업은 한국형 3축 체계 중 ‘킬체인’ 핵심 전력인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를 국외 구매하는 사업이다. 한국형 3축 체계란 적 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대량응징보복(KMPR)을 더한 개념이다. 앞서 차기 전투기 1차 사업에 따라 F-35A 40대가 도입돼 작년 1월 배치 완료됐다. 2차 사업으로 추가 도입되는 F-35A는 20대로, 사업 기간은 2028년까지다.

방사청은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를 추가 확보해 핵·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에 대한 독자적 대북 억제 및 대응능력을 증대시키고, 이에 더해 전면 도장 능력을 포함한 국가급 창정비 능력을 구축해 항공기 가동률 향상과 운영유지비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날 방추위에선 K21 보병전투차량 4차 양산계획과 소형무장헬기 2차 양산계획도 심의, 의결됐다. K21 보병전투차량은 기존 장갑차 K200A1을 대체하는 기종이다. 소형무장헬기 양산사업은 기존 육군 헬기 ‘500MD’와 ‘AH-1S’의 대체 전력으로 운용될 소형무장헬기(LAH)를 생산하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