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 선생, 유치원 교사가 된 것 같다.”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인 김모 중위는 지난 7일 전화 인터뷰에서 “병사들이 잘 적응하는지 사고는 치지 않는지 관리하느라 정작 군사훈련 준비 등 주업무 챙기기가 힘들 정도”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단 등 일선 부대에서 병사 관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휘관들이 징계를 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병사 관리’가 최우선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역한 연세대 ROTC 출신 예비역 중위는 “소대장으로 막 발령 났을 때 한 병장에게 ‘병사’라고 말했다가 ‘용사(勇士)’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했다. 군은 수년 전부터 병사의 계급을 모르거나 이들을 통칭할 때 가급적 ‘용사’로 부를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병사를 존중하는 병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는 “병영생활규정에는 병사, 용사 둘 다 불러도 된다고 나오는데, 이제는 병사라고 부르면 무시하는 것처럼 여겨져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면서 “이들에게 사소한 지시를 내릴 때도 지금 일과 시간은 맞는지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소심해질 때가 많았다”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간부들은 “밥이 부실하다” “말투가 고압적이다” 등 병사들 휴대폰 폭로 걱정에 시달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가 군대인지 민원 해결하는 주민센터인지 헷갈린다” “주적(主敵)은 북한이 아니라 민원”이라는 호소도 나온다. 전방의 한 장교는 “병사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병사 처우 개선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면서 부대 현장에서 장교들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쪼그라들고 위상은 떨어졌다”면서 “장교 같지 않은 군 생활에 ROTC를 중도 포기하고 병사로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ROTC 후보생 수십명이 중도 포기해 상병 또는 병장으로 재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학 기간 ROTC 군사훈련을 복무 기간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바로 상·병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ROTC 후보생의 중도 포기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