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지난 9일 남포 일대에서 서해 방향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의 일종인 전술 유도 무기를 동시 발사하는 화력 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 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북한은 최소 6발의 전술 유도 무기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김정은은 딸 김주애와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9일 평안도 강서군의 골프장 호수인 태성호 일대에서 ‘신형전술유도무기’ 6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장면을 10일 공개했다. 이번 미사일은 비행 고도·거리가 웬만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보다 낮고 짧아 한미 군 당국이 정확히 탐지 못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한미 감시망을 회피하는 신형 미사일을 속속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9일 서부전선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면서 사진 여러장을 공개했다. 훈련장에 김정은의 딸 주애가 참관한 모습도 포착됐다. 사진을 보면, 이동식발사대 6대가 태성호 가운데로 길죽하게 튀어나온 지형에 일렬로 세워져 1발씩 총 6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통신은 미사일의 비행 거리나 고도 등은 보도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북 미사일의 비행 궤적을 실시간으로 탐지했다”면서 “비행 시간이 아주 짧았다”고 했다.

북한이 ‘신형전술유도무기’라고 표현한 탄도미사일들은 고도 25㎞ 안팎으로 120㎞ 정도 서해를 향해 날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 군이 대응에 중점을 둔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KN-24(에이태큼스), KN-25(초대형 방사포) 등 북한의 다른 SRBM보다 고도가 더 낮고 비행거리는 짧다. 근거리탄도미사일(CRBM)과 비슷한 궤적이라고 한다. 합참은 이번 북 미사일 발사 초기 ‘1발 발사했다’고 밝혔다가 2시간 뒤에 ‘여러 발’인 것으로 탐지됐다고 바로잡았다.

군은 발사 원점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군은 당초 발사 원점이 ‘남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남포에서 북쪽으로 10㎞가량 떨어진 인공호수인 태성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식발사대가 호수 가운데 반도처럼 튀어나온 지형에 설치된 상태에서 오후 6시 20분 저녁 시간대에 기습 발사해 정확히 탐지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태성호 주변은 북한이 2020년 재개장한 ‘평양 골프장’이 조성돼 있다. 북한이 대북 제재를 피해 관광지로 개발한 골프장을 대남 타격 미사일 군사 훈련지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이 고체연료 기반으로 기습 발사가 가능하고 전술핵 탄두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국장은 “북한은 이번 훈련 목적이 ‘서부전선 적(남한) 작전비행장 습격’이라고 밝혔다”면서 “공중 전력이 열세인 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미 공군기지를 선제타격하는 훈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