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가즈니주에서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교인 20명과 현지 선교사 3명 등 23명이 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에 납치됐다. 피랍자 중 2명이 살해됐고, 나머지 인원은 40여 일간 억류돼 있다가 같은 해 8월 말 모두 풀려났다. 당시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벌인 인질 석방 협상이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로 미군 편찬 전쟁사(史)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테러 단체와 직접 협상을 벌이고, 일시적이나마 ‘한국군 철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 육군 군사(軍史)연구소는 17일 ‘항구적 자유 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으로 명명됐던 2001~2014년 미군의 아프간 전쟁 공식 기록서 ‘고대 땅에서의 현대 전쟁’을 발간했다. 책은 1권(436쪽)과 2권(580쪽)으로 나뉘어 나왔는데, 2권에서 한국인 납치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사건은 미군이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지 7년째가 되도록 기세가 꺾이지 않는 탈레반 격퇴전에 부심하던 상황에서 벌어진 것으로 기록됐다.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피랍된 한국인 김선일씨 살해 사건이 벌어지고 3년 뒤 샘물교회 교인 피랍사건이 벌어지자 정부는 당시 탈레반을 상대로 직접 협상을 했다. 납치가 일어났던 2007년 7월은 미군이 아프간 일부 지역에서 발호한 저항 세력을 축출한 ‘마이완드 작전(Operation Maiwand)’을 끝낸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 책은 “(피랍된) 교회 지도자들은 구호 활동을 위해 (한국에서 아프간에) 왔다고 주장했지만, 탈레반은 이들이 (현지인을) 개종시키려고 했다고 비난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럽게도 한국 정부는 탈레반과 직접 협상했다”고 썼다. 미 육군 군사연구소는 한국 정부의 인질 석방 협상에 대해 “이는 한 미국 장교가 말한 것처럼 적의 정당성을 인정하거나 고양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측은 한국 정부가 테러 단체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점을 비판적 시각에서 서술했다. “인질 두 명을 살해한 납치자들은 6주간의 협상 과정에서 우선 두 명을 풀어준 뒤, 한국 정부가 연말까지 아프간 주둔군 200명을 철수하겠다는 확약을 받고 나서 나머지 인질들을 풀어줬다”고 했다. 당시 인질 석방이 우리 정부의 연내 철군 약속의 대가임을 명확하게 기록한 것이다. 한국 정부의 탈레반 상대 직접 협상은 “테러리스트들이 분쟁 지역에서 동맹을 강제로 철수시킬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도 명기했다. 이 사건 뒤 미군이 6주 내에 납치 조직을 와해시켰다.
이 책은 전현직 영관급 장교와 민간 군사 연구가 등 12명으로 구성된 ‘항구적 자유 작전 연구단’에서 집필했다. 향후 아프간 전쟁에 대한 미군의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담긴 사료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매우 실망스럽게도’, ‘적의 정당성을 인정’ 등의 부정적인 표현이 들어간 것은 한국 정부의 탈레반과의 협상을 동맹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행위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샘물교회 사건은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교인 등 한국인 23명이 2007년 7월 19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남서쪽으로 175㎞ 떨어진 가즈니주에서 버스 이동 중 탈레반에 피랍된 사건. 남성 인질 2명은 살해됐고, 나머지 피랍자들은 정부와 탈레반 간 협상 끝에 전원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