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5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예비군훈련장에서 예비군들이 실탄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영향으로 이날 군은 실탄을 3발씩 탄창 2개에 나누어 지급하고 총기를 이탈방지대에 쇠로 된 안전고리로 묶어 총구를 돌리지 못하게 했다. (모자이크 필요 없음) /신현종 기자

군은 요즘 부실 급식에 이어 각종 민원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군에 아들을 보낸 군부모들이 부대에 별별 민원을 다 넣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유치원이나 탁아소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 같다고 한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군부모는 “우리 아이 피부가 민감하니까 피부 화장품을 바를 수 있도록 PX에 고급 화장품을 들여놔 달라”고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훈련을 빼달라는 것도 단골 메뉴다. “우리 아이는 체력이 약하니까 혹한기 훈련과 유격 훈련을 빼주세요” “전방 경계 근무는 위험하니 다른 곳으로 옮겨 주세요”라는 민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아들이 조리병인데 운전병으로 바꿔 달라”는 보직 변경 민원도 쏟아진다.

심야 시간에 군부모가 부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리 애가 아프다고 하니까 체온은 재서 체온계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달라” “우리 아이는 아무 약이나 처방하면 안 되니까 처방내역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민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 부모는 아들이 SNS에 올린 사진을 본 뒤 “왜 우리 애 사진은 이렇게 못 생기게 나왔느냐. 예쁘게 다시 한번 찍어서 올려달라”며 재촬영을 요구했다. 군 내부에선 “도대체 군이 탁아소냐 유치원이냐. 어린 원생 관리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군의 한 부대에선 사격장에서 병사들이 실탄이 든 총을 들고 소란스럽게 웃고 떠드는 일도 목격됐다. 간부들이 제지를 했지만 병사들이 이에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총기 사고 위험 때문에 가장 엄격해야 할 사격장 군기마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일부 병사들이 ‘배째라’ 식으로 나오면 통제가 힘들다”며 “자꾸 통제하면 민원 넣겠다고 해서 간부들이 오히려 쩔쩔 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은 날씨가 춥거나 더운 날에는 훈련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잘못 훈련을 했다가 병사가 다치거나 민원이 들어가면 지휘관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내부에선 “춥다고 적이 쳐들어 오지 않느냐. 춥다고 덥다고 훈련 안하면 그게 군대냐”는 얘기도 나온다. 육군 훈련소 조교들은 “훈련병들이 말을 안 들어서 죽겠다”고 하고, 소위·중위 등 일선 지휘관은 “상급자와 병사들의 민원 사이에 끼어서 죽을 맛”이라고 한다. 최근 군을 제대한 전역병들은 “우리가 생각해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며 “병영 문화는 휴대폰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나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을 빚은 가장 큰 원인은 군 부대 내 휴대폰 허용이라는 것이다. 군은 작년부터 일과 이후 병사들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휴대폰 사용으로 가족과 수시로 연락을 할 수 있고 SNS 활동도 가능해 지자 민원이 폭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방부 민원 전화 건수는 휴대폰 허용 전인 2019년에는 3만8000여건이었다. 그런데 휴대폰 허용 이후인 작년에는 민원 전화가 5만800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2019년의 2배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하지만 휴대폰 사용이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실 급식과 선임병의 갑질과 괴롭힘, 인권 문제 등을 외부에 알리고 개선하는 효과는 상당히 크다고 한다, 군 내부의 권위적 문화를 줄이고 병사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휴대폰 허용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병사도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