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국방 장관의 ‘2+2 회담’과 관련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 들어가기 싫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했다. 쿼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추진하고 있는 다자 안보협의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조선일보 팟캐스트 모닝라이브에 출연,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2+2회담’에서 분명히 쿼드 얘기를 했을텐데 한국은 빼는 입장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최 부원장은 “정의용 외교장관이 ‘쿼드의 포용성 개방성’ 원칙만 얘기한 것은 사실 들어가기 싫다는 얘기이고. 쿼드와 신남방정책이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 것은 ‘안보를 (같이)하기는 싫다, 경제 쪽에만 관심이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모닝라이브에서 “공동성명도 기자회견도 그렇고 이번에 쿼드의 성격에 대한 논의를 다 했는데, 한국은 쿼드에 들어가기 싫다는 입장을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회담 직후 블링컨 장관은 “쿼드 이슈에 대해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 장관은 “쿼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고 다른 얘기를 했다.
최 부원장은 “호주는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지만 쿼드 핵심으로 나서고 있다”며 “대중 레버리지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눈치 보느라 우리가 안 들어가도 쿼드는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초창기부터 들어가서 우리 목소리를 내고 이를 반영시키는 게 더 나은 전략”이라고 했다. 또 “나중에 가면 더 못 들어가고 더 고립무원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도 “쿼드가 아시아의 나토가 되기는 불가능하고 안보 논의체 수준인데 이렇다면 우리 정부가 전향적으로 (참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모든 협의체는 초반부에 들어가느냐 아니냐에 따라 그 성격을 규정하고 방향을 잡는데 있어 우리 입장을 얼마나 넣느냐가 달라진다”며 “무조건 아니라거나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기보다 전향적으로 여러 시나리오와 발전 방향을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체계 도입 때 실기(失機)하는 바람에 중국에 경제 제재를 당하고 ‘3불’까지 내줘야 했던 아픈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사드 때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며 실기하는 바람에 중국에 당했다”면서 “쿼드에 대해선 정반대로 미리 원칙 세우고 실기하지 않게 들어가는 게 좋다. 그러면 중국 보복에 따른 어려움이 다소 있더라도 여러 힘들이 생긴다”고 했다. 또 “여러 나라가 함께 (쿼드에) 들어가면 중국이 우리를 콕 집어 제재하지 못하지만 시기를 놓치고 나중에 따로 들어가면 중국이 한국을 콕 집어 보복할 수 있다”고 했다. 실기하면 제2의 사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부원장은 “쿼드의 경우 사드와 달리 중국의 보복 있어도 도와줄 다른 파트너가 있다”면서 “호주의 와인이 중국에 수입이 안되면 다른 나라가 사주면 된다”고 했다. 또 “우리가 중국 보복을 받으면 협력해서 헤쳐나갈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는 점에서 사드보다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