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5일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코로나 외유’ 논란과 관련, “마음이 굉장히 복잡하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외교부 청사를 나가면서 취재진에 “(남편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편이) 워낙 오래 (여행을) 계획하고, 여러 사람·친구들과 계획했기 때문에 쉽게 귀국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에는 “(남편인) 이 교수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도 논란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귀국은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국민을 모욕하냐”는 비판이 거듭 나왔다.

이날 강 장관 부부와 관련, 정치권에선 ‘코로나 외유’ 논란에 ‘요트 자금’ 문제도 제기됐다. 이씨가 억대의 요트 구입을 위해 사위에게 7000만원을 빌리고 6000만원의 신용대출도 받았다는 내용의 그의 블로그 글이 유포됐다. 이씨는 이렇게 모은 1억3000만원에 본인 예금 9000만원을 더해 총 2억2000만원 상당을 송금하고 미 출국 시에도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에선 “억대의 현금을 해외에 일시 반출한 과정에 외환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는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고 했다.

가족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강 장관은 업무 측면에서도 ‘낙제 수준’의 평가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대북 협상 전면 중단, 한·일 갈등 고착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 해외 공관장들의 갑질을 비롯한 잇따른 비위 논란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불거졌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설상가상으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이 취소돼 강 장관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외교부는 앞서 보도 자료를 통해 한·미 외교장관 회담 개최(8일 서울)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로부터 사흘 만에 미측으로부터 “방일 일정은 유지하지만 방한은 취소한다”는 통보를 들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감염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외교가에선 “미국이 역점 추진하는 ‘쿼드’ 등 대중 정책에 한국 정부가 수차례 미온적·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이 방한 취소로 이어졌다”는 말이 나왔다.

강 장관의 현안 대응 태도도 논란이다. 그는 배우자의 ‘코로나 외유’ 논란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데도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 4일 비공개 임시 외교부 간부회의에서 “송구하다”고 했다. 그는 외교관의 뉴질랜드 성추행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송구하다”고 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외교가에선 “강 장관은 ‘송구하다’는 말을 대체 몇 번을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여당 반응도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강 장관 배우자의 ‘코로나 외유’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주요 인사도 “부적절했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정부 방침에 따라 극도의 절제와 인내로 코로나19를 견뎌오신 국민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서 일병(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후임은 이일병”이라며 강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강 장관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이 도덕성 문제와 부실한 업무 능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강 장관은 취임 때 ‘위장 전입’ 논란을 비롯해 최근엔 다주택 논란 등 도덕성·처신과 관련한 문제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지만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소명하지 않았다. 그는 총리의 다주택 매각 지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주택을 보유 중이다. 외교부는 지난 3년간 ‘구겨진 태극기 사건’ ‘의전 실수’ 등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조직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강 장관이 잇단 논란에도 ‘K5(강 장관이 대통령과 같이 5년 임기를 채운다는 뜻)’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