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 ‘예측 불허’ 측면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정상회담 전에 한국 국내 정치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막상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하자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좋은, 훌륭한 회담을 가질 것”이란 말도 했다.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는 무역과 한미 조선 협력, 방위 협력 등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한국 국내 정치와 북한 관련 발언을 길게 이어가면서 이 대통령은 당초 예정한 낮 12시보다 늦은 12시 32분에 백악관에 도착했다. 12시 15분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한미 정상회담과 이후 일정도 순연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양국의 주요 참모들이 배석해 있다. /뉴시스

정상회담 도입부에서 양 정상은 북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전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한반도 평화에서 만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골프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면서 “정말 세계사적인 평화 메이커로서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과 나는 정말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의 경험을 공유했다.

한미 정상회담 전에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우호적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김정은, 북한과 아주 좋은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며 “김정은을 언젠가 만날 것이고 그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했다”면서 “나는 여러분보다 그를 더 잘 안다. 아마 그의 여동생(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제외하면, 누구보다도 내가 그를 잘 안다“고 했다.

반면 정상회담 시작 전까지의 분위기는 혼란스러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예정 시각을 약 3시간 앞둔 이날 오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한국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숙청(purge)이나 혁명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면서 “나는 새 대통령(이재명 대통령)을 오늘 백악관에서 만난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줘 감사한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소식에 “국내에서도 페이크뉴스(가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는 만큼, 공식 계정인지 확인해봐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당혹감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 미국 농축산물 전면 개방, 대미 투자 등 각종 현안이 걸려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 정치적 메시지로 우리에 대한 압박전을 편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담 직전 백악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며칠 한국의 신정부가 교회들을 잔인하게 급습했고 심지어 군 기지에도 들어가서 정보를 취득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다”며 “잠시 후 새 대통령이 오면 알아보겠다”고 했다. 순직 채 해병 특검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하며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과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침례교 목회자인 김 이사장은 미국 인맥이 넓어, 트럼프 집권 1기에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을 연결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내란 특검은 ‘평양 무인기 침투’의 전모를 수사한다며 미국 측과 충분한 협의 없이 주한 미군과 한국 공군이 함께 사용하는 경기 평택의 오산 기지를 압수 수색해서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가’ 지지층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당선 직후 백악관은 언론에 “중국의 개입과 영향을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이례적 입장을 냈다. 미국보수연합(ACU)의 고든 창 변호사는 지난 15일 미 정치 전문지인 ‘더 힐’에 “이 대통령은 맹렬한 반미(反美)주의자로 과거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 불렀다”는 기고도 실었다. 정치권에서는 “회담 직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미한 것도 이런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