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진의 잇단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곤욕을 치러온 청와대에서 김기표 반(反)부패비서관까지 땅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허술한 인사 검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사태를 계기로 지난 3월 11일 비서관급 이상을 상대로 전수 조사를 하는 등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런데 그 직후 임명된 김 비서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서울 마곡동 상가 투기’ ‘경기도 광주 맹지 매입’ 같은 의혹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반부패’ 담당 인사에서 최대 현안인 부동산 검증이 뚫렸다는 점에서 여권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는 사태가 불거진 뒤에도 안일하게 대처하다 거짓 해명 논란을 일으켰다.
김 비서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지난 3개월간 알려지지 않다가 최근 정기 공직자 재산 공개 과정에서 드러났다. 청와대는 지난 3월 31일 그를 임명할 때 “검사 출신으로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했다”며 청렴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비서관 인사는 LH 사태 등으로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던 시기에 이뤄졌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다주택, 대규모 대출, 개발 택지 매입 여부 등 부동산 관련 의혹을 살피는 게 최우선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본적 조사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김 비서관의 의혹은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을 ‘무사 통과’했다. 이에 또다시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에 대해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문제를 알고도 적당히 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공동 설립한 법무법인 부산 소속 변호사였던 김 수석은 문재인 정부 초대 법제처장을 거쳐 2019년 5월 인사수석에 임명됐고, 이후 잇단 검증 구멍 논란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와대는 각종 의문점 관련 언론 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않다가, 김 비서관의 일방적 해명을 별다른 자체 조사 없이 언론에 문자 형태로 단순 통보해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이 개발 호재를 눈치채고 맹지를 매입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6일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지인의 요청에 부득이하게 취득한 것”이라고 했다. 지인을 돕기 위해 900여평에 이르는 땅을 선의로 샀다는 것이다. “김 비서관이 개발 불가 조례를 이미 알고 샀기 때문에 투기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청와대 해명도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개발 제한 조례는 김 비서관이 토지 구입하기 전이 아닌 2년 3개월 이후 시행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김 비서관은 이미 2009년부터 해당 토지는 개발 제한에 묶인 상태였다며 재차 반박 자료를 냈지만, 석연치 않은 토지 매입 경위와 사후 관리 등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김 비서관이 토지 매입 후 세 필지로 쪼개고, 대형 컨테이너도 갖다 놓은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진의 부동산 논란은 집값 폭등이 현실화하던 2~3년 전부터 끊이질 않고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 청와대 관사에 거주하며 거액의 은행 대출을 받아 개발 호재가 있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상가를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사퇴했다. 지난해 8월엔 김조원 민정수석이 다주택 논란으로, 올 3월엔 김상조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전셋값을 대폭 올린 것이 문제가 돼 불명예 퇴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올인’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발(發)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청와대를 향한 불만이 표출 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여권 전체를 다시 ‘부동산 내로남불’ 수렁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어제 민심 우려를 전달했다”며 “(사의가) 잘 처리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동학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 LH 사건에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던 기간에 김 비서관에 대한 인사 검증이 이루어졌기에 부실 검증의 비판은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