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 씨. / 뉴스1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연일 정부의 검찰 개편안에 반발하는 강성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한 출연자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사들에게 (대통령 사건을) 공소 취소해 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이른바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거래설’을 방송한 데 이어, 11일엔 김씨가 “이 대통령이 만약에 (검찰 개편) 정부안을 통과시키면 임기 말이 됐을 때 (검찰에게) 혹독하게 당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 출연자는 이날도 “만약 그게(거래설이) 사실이라면 정말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했다. 김씨 유튜브 방송이 노골적으로 이 대통령을 겨냥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공소 취소 거래설은 황당함을 넘어 기가 막힌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김씨를 비판했다.

김씨는 이날 유튜브에서 검찰청 폐지 후 신설하는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에 대한 정부안을 비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민주당은 지난달 보완수사요구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당론을 정했다. 하지만 김씨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추미애, 김용민 의원 등 강경파는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까지 주면 지금보다 검사의 권한이 더 세진다며, 수사권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 유튜브는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고집하는 배경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제기했다. 이어 일부 출연자는 이날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지 않으면 이 대통령이 생중계되는 회의에서 백해룡 경정을 임은정 검사의 수사팀에 투입하라고 한 지시 등을 검찰이 직권 남용으로 수사할지도 모른다”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청와대는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참모들 사이에선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김씨 유튜브가 거론한 ‘정부 고위 관계자’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이날 ‘거래설’을 강하게 부인하며 “황당한 음모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를 지휘할 의도나 생각 자체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에서도 김씨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당 회의에서 “지라시 수준의 소문에 불과한 주장을 근거 없이 방송에서 터뜨린 것은 명백한 정치 공세이자 국민 기만”이라고 했다. 친명계 한준호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했다. 정청래 당 대표는 정부와 강경파 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는 강하다. 당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건 고치는 등 충분히 조율 가능하다”고 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충정로 대통령‘인 김씨가 과거의 노무현,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를 용납하기 어려운 모양”이라며 “대통령 성격을 ’객관 강박‘이란 표현까지 쓰면서 연일 공격하는 건 ’내가 정부 출범 1등 공신인데 왜 말 안 듣느냐’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새우잡이 ‘한 배’ 탄 정청래·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대표와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인 박찬대 의원이 11일 인천 강화군 서검도 앞바다에서 새우잡이 조업 체험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여권 지지자 중엔 김씨를 응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처럼 이재명 정부도 검찰 개혁에 실패해 정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 유튜브에는 “검찰 믿지 마라. 노 전 대통령을 욕먹인 그들이 이재명을 못 죽이겠나”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친명계에선 “검찰 개혁과 별개 사안인 공소 취소 문제를 함께 엮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개편에 대한 김씨와 여권 강경파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이 대통령을 끌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숙의해야 할 검찰 개혁 담론에 음모론이란 매우 부적절한 주장을 꺼내 합리적 토론이 이뤄져야 할 공론장을 분열과 갈등에 빠지게 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한 친명 의원은 “이재명 정부는 검찰 직접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 폐지 등 많은 검찰 개혁을 이뤘냈다”면서 “보완수사권은 경찰 등 완벽할 수 없는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사법 통제를 위한 안정 장치로 한번에 다 바꾸면 오히려 검찰 개혁이 실패할 수 있다”고 했다.

집권 초 이례적으로 여권 내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오는 15~16일 양일간 민주당 초선 의원 총 68명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갖고 당 안팎의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