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이미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4일 당 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은 사법 개혁에 대한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느냐”며 “만사에 다 때가 있다. 사퇴에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으니 거취를 표명하길 바란다”고 했다. 지도부에선 “역겹다” “법복 뒤에 숨으면 썩은 냄새가 사라지나” 등의 표현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최근 야당과 법조계가 ‘사법 악법’이라 비판하는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등 ‘사법 3법’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이 “더 숙고해달라”며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에게 3법 거부권(재의 요구) 행사를 요청하자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도 사법 3법에 대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법 왜곡죄는 누더기 수정을 해도 여전히 위헌적이고 고소·고발이 남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도 “법 왜곡죄는 ‘노무현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거부권을 요청했다.
◇이석연 “법왜곡죄 거부권 요청” 변협·여변 前회장 14명 “사법3법 반대”
민주당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2차 사법부 개편안까지 띄우며 지지층 결집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당 대표 등 지도부가 나서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강경파 의원들은 탄핵하겠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은 당론이 아니다”라면서도 “조 대법원장이 끝내 거취 문제에 답하지 않으면 탄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이성윤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임명한 조 대법원장은 이제 그 존재 자체가 헌법 제1조를 침해하는 위헌 상태가 됐다”며 “당장 사퇴해야 한다. 끝까지 국민을 무시하고 법원 개혁에 맞선다면 결국 탄핵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공정사회포럼은 이날 ‘조희대 탄핵의 필요성과 시급성’이란 제목의 공청회도 열었다. 이성윤·문정복·황명선 등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 행사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사법개혁도 몹시 어려워진다”며 “돌파구는 대법원장의 탄핵뿐이고 탄핵안은 이미 마련해뒀다”고 했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조 대법원장은 내란의 밤에 침묵했다”면서 “조 대법원장을 탄핵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친형인 김민웅 촛불행동 공동대표도 참석해 조 대법원장을 ‘중대 특수 범죄자’ ‘내란범’으로 부르며 “조희대 탄핵은 국민주권을 사법부에 관철하는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경파는 사법부를 겨냥한 추가 입법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법원행정처 폐지나 고위법관·검사의 변호사 개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법안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앞서 국회 문턱을 넘은 법 왜곡죄·대법관 증원·재판소원 등 사법 3법에 대한 위헌 논란 등 우려 목소리는 여권 내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다. 사법 체계 근간을 바꾸는 것인 만큼 숙의 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법 3법은 지난달 26~28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현재 이 대통령의 법률안 공포만을 앞두고 있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날 본지에 법 왜곡죄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특히 사법 3법을 진영 논리로 접근하고, 민주당이 마치 조 대법원장에게 복수하듯이 추진한 것은 문제”라고 했다.
민주당 곽상언 의원도 이날 본지에 법 왜곡죄에 대한 거부권을 촉구하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 왜곡죄 등 사법 개혁과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이 결합하면 수사기관(경찰)의 권력은 비대해지는 수준을 넘어, 삼권분립이 아닌 ‘삼권종속’이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곽 의원은 앞서 법 왜곡죄 법안 처리 당시 민주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청와대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여성변호사회 전직 회장 14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사법개혁 3법은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닌 대한민국 헌정 질서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권력 구조의 변경 시도”라고 했다. 이어 “우린 이를 명백한 입법 폭주로 규정한다”며 “대통령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법 왜곡죄는 죄형법정주의를 무너뜨리는 형벌 입법이라고 비판했고, 재판소원은 헌법 체계를 우회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건 명백한 위헌이라고 했다.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해 그중 22명을 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 사법부 장악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