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5일 ‘법 왜곡죄’ 법안을 상정하기 직전 당내 강경파의 반대를 감수하고 일부 조항을 막판 수정한 배경엔 조국혁신당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법 왜곡죄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대한 종결 동의안을 처리하려면 현 재적 의원 296명의 5분의 3(178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군소 정당 중 가장 많은 12석을 가진 조국혁신당의 협조가 없으면 처리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민주당 의석수는 현재 162석(54.7%)으로 과반을 점하고 있지만, 재적 5분의 3에는 16석이 부족하다.
진보당(4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에 무소속(6석)을 다 합한다고 해도 12석에 그친다. 민주당이 법 왜곡죄, 재판소원제, 대법관 증원제 등 이른바 ‘사법 3법’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뚫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조국혁신당의 협조는 필수적인 것이다. 이에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쟁점 법안 처리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은 당초 법 왜곡죄를 수정 없이 법사위 원안으로 본회의에 통과할 예정이었지만 상정 당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수정’ 요구를 한 이후 긴급 회의를 거쳐 수정안을 만든 뒤 상정했다.
조 대표는 그날 페이스북에서 “하급심 법원이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도전하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 판사에 대한 고발과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본회의 상정 전 수정이나 삭제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곽상언 의원 등 법조인 출신 민주당 일부 의원이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참여연대·민변 등 친여 성향 단체의 지적이 빗발친 점도 반영됐지만, 필리버스터 종결 ‘목줄’을 쥔 조국혁신당의 수정 압박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법 왜곡죄 수정 문제를 놓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 측과 조 대표 측 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쟁점 법안 입법 과정에 입김을 행사한 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처리할 때도 조국혁신당이 “1심이 아닌 2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를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이를 일정 부분 반영해 상정 막판 수정안을 만들어 올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사용 문턱을 높이기 위해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 법안을 추진하려고도 했지만, 조국혁신당의 반대에 막히기도 했다. 조국혁신당은 필리버스터는 소수 야당의 최후 보루라는 점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속내에는 필리버스터 종결 ‘캐스팅보트’를 쥔 정당으로서의 전략적 위치를 잃지 않으려는 셈법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 필리버스터 종결 참여의 대가로 모종의 정치적 청구서를 민주당 측에 내밀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