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국회 본회의를 오는 24일에 이어 3·4월 매주 목요일마다 열어 주요 민생·개혁법안을 처리하겠다”면서 ‘비상 입법 체제’를 선포했다. 법조계와 야권이 위헌·기본권 침해 소지를 제기하고 있는 재판소원·대법관 증원·법왜곡죄 등 3대 사법 개편안은 이르면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악법들을 군사 작전하듯 밀어붙이고 사법부 독립성을 뿌리째 뒤흔들고 입맛대로 길들이려 한다”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의 최후 수단인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위한 법 개정까지 검토 중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24일 국회 본회의 개최를 국회의장에게 요청하겠다”며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사법개혁 법안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임위원회를 ‘비상입법’ 체제로 전환하겠다”며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상임위는 여당 간사가 나서 법안 심사·통과가 빨리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입법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라고도 했다.
이를 앞두고 민주당은 22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견이 있는 검찰, 사법 개편안과 관련한 의견 수렴에 나선다. 중수청법 등 검찰 개편안과 관련해선 정부와 민주당 법사위 의원 등 강경파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당론으로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을 정한 가운데, 이번엔 정부안에 있는 검찰총장 명칭 유지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재판소원, 법 왜곡죄 등 사법 개편안에 대해서도 강경파는 “빨리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일각에선 “위헌 소지 등을 수정하자”며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해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개정안과 행정통합특별법도 흔들림 없이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어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상향하는 아동수당법과 농어촌 응급의료서비스 보장을 위한 응급의료법 등 민생법안을 이달 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반발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 법왜곡죄법은 “사법부 파괴 악법”이라면서 “이재명 대통령 퇴임 후 무죄 만들기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가 4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여당이 입법 폭주에 몰두한다면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16일 유튜브에서 “싸우지 않는 자는 배지를 떼라. 싸우라고 국회에 보낸 것이지 않겠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대미투자특별법’을 대여 협상 카드로 쓸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다수석으로 악법을 밀어붙인다면 우리도 국회 운영에 있어서 순조롭게 협조해주긴 어렵다”며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대미투자특별법을 심사·처리하기 위해 구성된 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인데, 회의 소집, 안건 상정 등에 쉽게 응해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열린 특위의 첫 회의도 20분 만에 파행한 바 있다. 하루 전날인 11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이 강행 처리되자 국민의힘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날 본회의도 민주당의 독단적인 법사위 운영 여파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보이콧하면서 ‘반쪽’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