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딸 주애(왼쪽)가 지난달 1일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선대 지도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처음 공개적으로 참석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12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후계 내정 단계’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과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전했다. 그동안 국정원은 김주애가 ‘후계자 수업 중’이라고 했는데, 더 진전된 표현을 쓴 것이다. 이달 하순 열릴 북한의 제9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공식화 수순을 밟을지 주목된다. 2013년생인 김주애가 공식 직책을 맡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있지만, 주민들에게 실명을 공개하고 우상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

국정원은 “김주애는 지난해 공군절(항공절) 행사,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 등에서 존재감 부각이 계속돼 온 가운데 일부 시책에 의견을 내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했다. 김주애는 지난달 초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첫 공개 참배하면서 김정은과 리설주 사이 맨 앞줄 가운데 자리에 섰다. 지난해 11월 말 공군절 때도 북한 매체들은 김주애가 김정은 앞에 선 사진을 공개했다. 국정원은 이처럼 김주애가 ‘의전 서열 1위’로 부각된 것도 후계자 내정의 근거로 봤다.

국정원은 “이번 북한의 제9차 당 대회와 부대 행사 시 김주애의 참여 여부, 의전 수준, 상징어와 실명 사용, 당 규약 사항의 후계 시사 징후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당 대회는 북한의 최상위 의사 결정 기구이자 정치 행사다. 2022년 11월 김주애가 처음 공개됐을 때 북한 매체들은 “사랑하는 자제분”이란 표현을 썼고, 이후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격상했다. 국정원은 이번 당 대회가 김정일 생일(2월 16일)을 넘겨 설 연휴 이후에 내부 행사로 일주일가량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집권 15년 차를 맞은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본인 주도의 핵 보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정책 로드맵을 제시”하고 “김정은 시대 2.0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당 대회에서 핵 전력 고도화와 ‘북한판 CNI(핵과 재래식 전력 통합)’를 위한 ‘국방(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확정하고, ‘신(新)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서해를 잇는 대운하 건설 계획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보고됐다.

미북 대화 전망에 대해 국정원은 “조건 충족 시 북한이 대화에 호응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하지 않고 있어 “북미 간 접점 모색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러시아 쿠르스크에 북한 전투병 1만명, 공병 1000명 등이 배치돼 있고, 작년 12월 북한으로 복귀한 병력 1100명이 다시 파견될 수 있다고 했다. 또 “6000여명의 사상자 발생에도 북한군은 현대 전술과 전장 데이터의 습득,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통해 무기 체계 성능을 개량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북한이 ‘무인기 전문 부서’를 신설해 무인기 개발·양산 체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동향도 있다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억류 중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 2명의 국내 송환 문제와 관련해 국정원은 “본인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국제법의 원칙”이라며 “우리 정부도 한국으로 귀순할 수 있도록 적극적,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여당 간사인 박 의원은 2024년 민주당 대표이던 이재명 대통령을 습격한 김모(67)씨에 대해 이날 국정원이 “(한 보수 유튜버의) 영향을 받은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는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이 유튜버와 통화한 적 있고, 해당 유튜브 채널을 방문한 사실도 일부 확인했다는 것이다. 피습 당시 이 대통령을 조롱하거나 허위 발언을 한 유튜버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정원은 “채증하고 추적 중”이라고 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