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합당 논의가 여권 내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애초 여권에선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는 데 합당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 친명·친청 갈등에, 차기 당권 경쟁까지 얽히며 1주일째 혼란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민주당 내에선 30일 “핵폭탄급 문제로 커졌다”는 말도 나왔다.
합당 논의는 지난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 지방선거 전 합당을 제안하며 본격화됐다. 조국혁신당은 이에 호응해 조국 대표에게 협상 전권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 등 민주당 친명계는 “당이 정 대표의 사당(私黨)이냐”며 반발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친명 측과 계속 갈등을 빚었고, 사전 논의 없이 합당을 제안하면서 ‘합당에 이재명 대통령의 뜻이 담겼다’는 설명에 동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8월 당대표 선거 전 ‘대의원·권리당원 당원 1인 1표제’를 추진해왔는데, 친명계는 “정 대표 본인을 위한 셀프 개정”이라며 반발해 왔다.
양당 통합 문제는 차기 당권 경쟁과 연결돼 여권에서 주목받고 있다.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정 대표가 연임에 도전할 전망인 가운데, 또 다른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유튜브에 출연해 “합당 시점과 방식이 논란”이라고 했다.
합당이 이뤄지면 친문 성향인 조국혁신당 당원이 민주당으로 유입되고, 당대표 선거에서 정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그때 선출되는 당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을 주도하게 되고, 대권 주자라면 민주당 대권 후보로 향하는 교두보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국혁신당 일각에서 ‘정청래·조국 공동 대표설’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범여권 전체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조국혁신당은 “전혀 논의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국무위원이 민주당 친명계 의원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여권 지지층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이 국무위원은 정청래·조국 공동 대표설을 부인하는 조국혁신당 대변인실 보도자료를 민주당 의원에게 보내며 “밀약? 타격 소재. 밀약 여부 밝혀야”라고 썼다. “당명 변경 불가, 나눠 먹기 불가”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그러자 해당 의원은 “일단 지선(지방선거) 전에 급히 (합당을) 해야 하는 게 통(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작성했다.
사진이 공개되자 여권 지지층은 합당 찬반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정청래 대표가 자주 메시지를 올리는 김어준씨의 ‘딴지일보’ 게시판과 정 대표 지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밀약설로 정 대표를 타격하겠다는 것” “밀약설을 주장하는 자가 수박(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당내 논란에도 정청래 대표의 제안을 적극 옹호하면서 합당 여론을 이끌고 있다.
반면 친명 성향 커뮤니티에는 “대통령 정책에 딴지를 거는 조국당과 합당하면 조국 대권 후보 만들어주는 꼴” “통합 안 해도 지방선거 이기고, 끝나면 조국당은 자연스레 흡수 통합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여기선 ‘정청래·조국·김어준 짬짜미' 주장까지 나오며 지지층 내에서도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무위원과 친명 의원이 주고받은 메시지에 대해 “부적절한 대화로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다만 보도된 메시지와 관련해 사실관계 조사는 하지 않는 방침이라고 한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근거 없는 밀약설을 제기하며 타격 소재를 궁리하는 모습에 강한 유감”이라고 했다.
합당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 문제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청와대는 양당 합당에 대해 “대통령의 지론”이라고 했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9일 라디오에서 “(합당 문제가) 당내에서 핵폭탄급으로 터져 있다”면서 “정 대표도 예민해서 서로 잘 얘기 안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