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최근 유튜브에 나와 “민주당 당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했다. 민주당 상당수 의원은 김 총리가 오는 8월 민주당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결심하고 연임 도전에 나서는 정청래 대표와 맞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총리와 정 대표 간 사실상의 명·청 승부가 될 것이란 얘기다. 김 총리와 정 대표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민주당에선 “이미 두 사람의 당권 싸움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들은 28일 “두 사람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 장례식장에서도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김 총리와 정 대표 모두 이 전 총리가 별세하자 앞다퉈 일정을 축소하고 장례식장을 지켰다. 두 사람은 각자 정부와 민주당의 대표로 상주(喪主)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또 이 전 총리의 정치 유산 계승자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의 서울대 사회학과 후배인 김 총리는 “고인은 같은 대학의 같은 과 후배이기도 했던 제게 선거와 원칙을 가르쳐주셨다”며 “‘형님’이라고 불렀던 각별함이 마음 깊이 있다”고 했다. 정 대표도 “미완의 숙제를 결코 외면하지 않고 중단 없는 개혁과 한반도 평화의 길을 반드시 열겠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권 인사가 총출동하는 장례식에서 누가 민주당의 미래 권력인지를 피력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밤 빈소에서 만난 김 총리와 친여 성향 유튜버 김어준씨의 대화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화제에 올랐다. 김씨는 김 총리에게 “‘트럼프 왜 저러는 겁니까’”라고 물었고, 김 총리가 “하루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김 총리가 미국에 가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고 온 다음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관세를 더 올리겠다’고 했으니 배경을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김 총리가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일부러 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씨는 이날 유튜브에서 이 대화를 공개하면서 “너무 궁금해서 물었다”고 했다.
김씨는 정청래 대표와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와 정 대표 두 사람 모두 부인하지만, 정 대표가 작년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친명 박찬대 의원을 크게 이긴 것을 두고도 “김어준이 정청래를 밀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친명 쪽에선 김씨가 자신이 만든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 꽃’의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조사에 김 총리를 계속해서 집어넣는 것도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김 총리 측은 여러 번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 달라”고 했지만 김씨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했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은 “김 총리가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는데도 여론조사에 넣는 것은 서울시장에 나오게 해서 당대표 선거에 못 나오게 할 의도 아니냐”며 “정청래 지원 사격용”이라고 했다. 친명계와 친청계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쥔 차기 당권을 두고 양보 없는 싸움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리와 정 대표 간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총리는 최근 유튜브 삼프로에 나와 정 대표의 조국혁신당과 합당 제안을 저격하고 “나는 오래된 원칙적인 민주 대통합론자”라면서도 “이 시점에 그런 방식으로 제기돼 논란”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정 대표의 합당 제안을 미리 듣지 못했다고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둘은 총리와 당 대표로서 차기 당권을 놓고 물밑 경쟁을 해왔다”면서 “둘은 호남, 충청, 제주 등 각 지역을 경쟁하듯 방문해 당원 관리를 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정 대표는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 회의를 열었는데, 같은 날 김 총리도 무안을 찾아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김 총리는 작년 12월에만 광주·전남 지역을 세 차례 찾았는데, 정 대표도 두 차례 찾았다.
정 대표는 지난 25일에는 제주도에서 ‘청솔포럼’이라는 자신의 팬클럽 모임에 참석해 당원들과 대규모 행사를 가졌다. 그런데 김 총리도 내달 11일 제주도를 찾아 오영훈 지사와 면담하고 제주도가 요청한 K국정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총리와 정 대표가 전국을 경쟁적으로 돌며 당심 다지는 작업을 벌이는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