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정청래 대표가 주도하는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놓고 19일 회의에서 공개 충돌했다. 친명 최고위원이 정 대표 앞에서 “1인 1표는 셀프 개정 아니냐. 그게 아니라면 8월 당대표 선거 이후에 바꾸라”고 한 것이다. 친명계는 한 차례 부결됐던 1인 1표제 재추진을 두고 정 대표의 당대표 연임을 위한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여권에선 차기 당권을 둘러싼 명·청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란 말이 나왔다.
친명계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선거 룰을 개정한 당사자들이 곧바로 그 규칙에 따라 선출된다면 셀프 개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1인 1표제를 도입하되 적용 시점은 다음 전당대회 이후로 하는 것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하면 된다”고 했다. 정 대표가 1인 1표제를 도입한 뒤 열리는 오는 8월 당대표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황 최고위원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았던 옛 선비의 지혜처럼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했다.
친명계는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전날 “정 대표는 연임의 이응(ㅇ)자도 말한 적이 없다. 이런 오해 살 발언은 해당 행위”라고 한 발언도 문제 삼았다. 박 대변인은 정 대표가 임명한 지도부 인사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1인 1표제 시행 의도,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 같다”면서 “그런데 이런 토론에 대해 일각에서 ‘해당 행위’ 운운하며 ‘입 틀막’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을 져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박 수석대변인 말에 대해 “완전히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강 최고위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 대표의 1인 1표를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는 1인 1표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정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작년 8월 당대표 선거에서 경쟁 후보인 박찬대 의원에게 대의원 투표에선 졌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 크게 이기며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대의원 1표는 권리당원 17표와 같았다. 한 친명 의원은 “1인 1표는 국회의원 조직표인 대의원 표를 없애고 당원 인기 투표로 당대표를 뽑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당대표 후보로 꼽히는 김민석 국무총리도 출마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친명계 내부에선 지난달 한 차례 부결됐던 1인 1표제를 빠르게 통과시키려는 것도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작년 1인 1표는 중앙위 투표에서 찬성이 많이 나왔지만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최근 최고위원 보궐선거로 지도부 과반이 친청계로 채워지면서 정 대표가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친청계는 1인 1표는 당원 주권주의를 위한 첫 단계라고 하고 있다. 정 대표의 당대표 연임용도 아니라고 했다. 실제 정 대표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에서 일부 최고위원 반발에 “1인 1표제는 이 대통령도 당대표 때 추진했던 것”이라면서 “내가 또 당대표 선거에 나올지 어떻게 아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대표는 이날 1인 1표와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친청계 의원들이 공개 반박에 나섰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이날 “당원 주권 시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1인 1표제는 헌법상·당헌상 너무나 당연한 권리”라고 했다. 문정복 최고위원도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4~5명의 후보들은 전적으로 당원 1인 1표제에 대해서 찬성을 했다”면서 “차기 지도부부터 이것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프레임과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이후 당무위원회를 열고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을 중앙위 안건에 부의하는 건을 의결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당무위원 79명 중 현장 참석자 16명을 포함해 61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이 중 2명이 서면으로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22∼24일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거쳐 다음 달 2∼3일 중앙위 투표를 통해 확정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1인 1표제가 부결되면 정 대표의 리더십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