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각종 의혹에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던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당의 제명 결정에 대해 “저에게 민주당이 없는 정치는 사형선고와도 같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이 당 지도부와 동료 의원들의 자진 탈당 요구까지 거부하고 당의 제명 결정에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하자 당내에서도 “왜 이렇게까지 버티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을 믿고 저러는 것이냐”는 말이 나온다.

김 의원은 윤리심판원의 제명 결정 직후인 13일 자정쯤 페이스북에 “의혹이 사실이 될 수는 없다. 한 달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웠습니까.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뭡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심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또 글을 올리고 “저에게 민주당이 없는 정치는 사형선고와도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마지막 소망을 물으신다면 저에겐 가족과 당이 전부이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 제 소명”이라며 “차라리 제명을 당할지언정 저 스스로 제 전부를 떠나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무고함을 주장했다. 일부 의혹은 도덕적으로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전직 보좌진이 제기한 상당수 의혹과 공천 헌금 수수 및 묵인 의혹 등에 대해선 모두 소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제가 법적 잘못이 있다고 한 치라도 저 스스로를 의심한다면 마지막까지 당에 부담이 되려 하겠는가”라며 “제기된 의혹 중 하나라도 법적 책임이 있을 시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최소한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김 의원의 버티기에 민주당은 당황한 분위기다. 당내에선 “김 의원이 결백하다면 탈당 후 혐의를 벗고 돌아오면 될 일 아니냐”고 하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선 “김 의원이 6월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지역위원장을 내려놔야 하는 데 대한 부담이 클 것”이란 말이 나온다. 실제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대부분 그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 내에서 일어난 것들로 전현직 구의원 여럿이 개입돼 있다. 아내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2020년 총선 직전 구의원 2명이 건넸다는 3000만원 공천 헌금 의혹 등이 그렇다. 김 의원과 가까운 민주당 관계자는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상황 아니겠냐”고 했다. 당 지지율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것도 김 의원이 버틸 수 있는 동력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한 재선 의원은 “김 의원이 저렇게까지 하는 건 결국 대통령을 향한 SOS 아니겠냐”고 했다. 이 대통령과 김 의원은 가까운 사이다. 김 의원은 2016년 총선 직전 영입돼 친문으로 불렸지만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친명으로 변신한 뒤 이 대통령 측근을 자처해왔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인 2024년 총선 때 비명횡사 공천을 주도했다. 당시 김 의원의 공천 헌금 수수 의혹 등 비위 의혹이 담긴 탄원서가 당대표실에 전달되기도 했는데 흐지부지되며 김 의원이 3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현재 청와대는 김 의원 관련 문제는 당의 문제라며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한때 정청래 대표의 비상징계권 발동 등을 통한 신속한 제명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김 의원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재심 청구 역시 당헌·당규에 명시된 절차이고 권리”라며 “당사자가 그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당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재심 절차가 진행되는 것 또한 존중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재심 신청으로 제명 처리가 예정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윤리심판원에서 결정문을 쓰는 데만 2~3일 예상되는데, 이를 송달받고 7일 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 적어도 10일은 소요된다”며 “이달 말쯤에야 결론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심판원은 재심 신청이 접수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해당 안건에 대해 심사·의결하도록 돼 있다. 윤리심판원이 재심 청구를 기각한다 해도 최종 단계인 의원총회 제명 표결도 남아있다. 당 관계자는 “의원들 표결 결과도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김 의원이 이걸 믿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