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진석(가운데) 원내대표 직무대행이 6일 당 회의에서 당내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원내 지도부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공천 관련 의혹으로 사퇴한 이후 처음으로 열렸다./남강호 기자

공천 헌금 의혹 등과 관련해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김병기 의원에 대한 민주당 내 탈당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김 의원은 “제명을 당하더라도 탈당은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일부는 “김 의원에게 소명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 등에 연달아 출연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3선 의원에 원내대표까지 하셨으니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결단을 촉구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 대표는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이 외에는 다른 일은 없다고 믿고 있고,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공천) 시스템 에러라기보다는 ‘휴먼 에러’에 가깝다”고 했다. 김 의원 개인 일탈이라는 것이다. 이후 MBC에 나가서도 같은 취지의 말을 하며 “강선우 의원은 본인이 탈당했다”고 했다. 사회자가 “김 의원은 탈당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하자, ”코멘트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정 대표는 자신이 신속 징계 심판을 요청한 윤리심판원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윤리심판원은 이르면 12일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이번 공천 헌금 의혹이 더 커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연루된 공천 의혹이 2020년 총선, 2022년 지방선거, 2024년 총선에 걸친 것 아니냐”며 “특히 22년, 24년 선거 때 김 의원이 칼을 휘두르며 공천의 핵심 역할을 해서 관련 의혹이 혹시나 또 나올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현재 김 의원과 관련한 13건의 사건을 수사 중이다. 공천 헌금 의혹, 아내의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아들의 취업 청탁 의혹 및 대학 편입 특혜 의혹 등이다. 이 중 공천 헌금 의혹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당을 탈당한 강선우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경 서울시의원에게서 1억원을 받아 보관 중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도 묵인한 의혹이다. 또 다른 건은 김 의원 아내 등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대가로 자신의 지역구인 동작구의원 2명에게서 3000만원을 받은 의혹이다. 이 의혹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지난 2024년 총선 때 터졌고, 탄원서가 당시 보좌관이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김 의원은 단수 공천을 받고 3선에 성공했다.

민주당에선 김 의원이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까지 향할 수 있는 의혹을 김 의원 선에서 정리하자는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의원에게 전화해 ‘탈당하고 경찰 수사 후 혐의를 벗고 살아오면 된다’고 했다. 억울하더라도 자진 탈당하시라”고 썼다. 그러면서 “정치는 온정주의로 가면 안 된다”며 “당도 오는 12일까지 감찰 결과를 기다리면 너무 늦다. 때로는 잔인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살려야 하고, 정청래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도 라디오에서 “김 의원이 당에 가장 부담이 안 가는 결정을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의원 의혹이 한두 개가 아닌 데다 내용은 국민이 듣기에 더 충격적이다. 다른 의혹까지 터질까 걱정하는 의원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특히 김현지 이름까지 나온 상황에서 더 버티는 건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의혹을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의원 본인도 충분히 소명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현재 거의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날 뉴스토마토 유튜브에 나와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당을 나가면 정치를 더 할 이유가 없다” “정말 잘못했고 송구하나 불법은 없었다”고 했다. 박정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의혹으로 시작해 사실로 드러난 경우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었다”고 했다. 장철민 의원도 일각의 자진 탈당 요구에 대해 “절차대로 가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