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김용범 정책실장

24일 외환 당국의 고강도 구두 개입으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락했지만, 정부의 ‘환율 컨트롤타워’에 대한 여권 내 의구심은 여전하다. 이런 의구심은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경제 사령탑을 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이날 “환율과 관련해선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비공개 회의를 갖고 환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청래 대표는 취임 이후 부동산 대책 등 경제 관련 발언을 최대한 자제하며 정부 입장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정부의 각종 대책 발표에도 환율 상승세가 가라앉지 않은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경제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환율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워 강력한 경고는 자제해왔지만, 최근 들어 임계점에 다다른 느낌을 받는다”며 “이제는 문제 제기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런 우려는 구윤철 부총리와 김용범 실장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경제부총리는 아예 안 보이고 김 실장은 말뿐”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당장 두 사람에 대한 비판을 하면 정부의 정책 실패와 맞물리기 때문에 말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환율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한미 협상을 주도했던 이들에 대한 칭찬이 비판으로 바뀌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경제 부처 업무 보고 등에서 환율 관련 발언을 하지 않은 것도 참모들의 잘못된 인식에 따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부동산 대책도 경제 관료 출신들이 주도했다가 여론이 악화해 여당이 뒷감당을 했는데, 환율 문제도 그런 식으로 전개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기재부 출신이지만, 문재인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내는 등 실물 경제에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시 기재부 출신인 김용범 실장도 금융위 부위원장, 블록체인 투자사 등을 거쳐 국가 거시 정책은 주전공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실장은 지난 18일 국내 7대 수출 기업을 불러 ‘환차익 단속’을 해 논란을 불렀다.

여권은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하락이 환율 안정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내년 초까지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경제 참모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