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직전 법안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거대 여당이 야당을 패싱하고 일방적으로 입법을 밀어붙이는 것도 모자라 땜질 수정에 따른 졸속 입법을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친여 진영 내에서 “위헌”이라며 폐기를 주장했던 법안도 숙의 없이 하루 만에 손봐서 본회의 처리를 시도 중이다.
민주당은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재판부 설치법을 처리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 “여전히 사법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직후 민주당은 이른바 ‘허위 조작 정보 근절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했고, 24일 이 개정안 통과를 주도할 예정이다.
이 두 법안은 민주당이 모두 본회의 직전까지 고치기를 반복했다. 친여 진영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급하게 수정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지난 10월 발의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조항 문구 삭제·조정·복원 등을 반복했다.
이 개정안은 고의로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할 경우 이를 유포한 언론사나 유튜버 등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인종·성별·장애·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는 정보는 ‘불법정보’, 일부 또는 전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되도록 변형된 정보는 ‘허위·조작정보’로 규정했다. 또 불법·허위 조작정보로 판결된 정보를 반복 유통한 경우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게 했다.
하지만 개정안 발의 직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허위 정보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라며 “특히 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부분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과방위는 개정안을 수정해 처리한 뒤 법사위로 넘겼다.
하지만 법사위가 이 개정안을 한 번 더 손질했다. 과방위가 허위 조작 정보 유통 금지 조건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 ‘공익 침해’ 등을 넣은 것을 삭제한 것이다. 또 과방위가 폐지했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단서를 붙여 되살렸다. 여기에다 과방위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친고죄로 전환했지만, 법사위는 ‘반의사불벌’로 이를 복원시켰다. 법사위는 이 개정안을 지난 18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도 “법사위 개정안은 개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법사위 강경파가 강성 지지층 여론에 편승해 손바닥 뒤집듯 법안을 고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실도 여당 지도부에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비리 의혹 보도에 대해 ‘사생활’이라고 주장하며 고소한다면 언론의 감시 기능은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또 “친고죄 개정 백지화는 권력자 비리 의혹 보도에 대한 제3자 고발을 통해 (명예훼손죄가) 입막음용으로 남용되는 현실을 개선하자는 취지를 몰각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22일 본회의 상정, 23일 본회의 처리 계획을 하루씩 미루고 개정안을 또 수정해야 했다. 결국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 유통 금지 조건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 ‘공익 침해’ 등으로 다시 엄격히 했다. 과방위 안대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명예훼손죄의 친고죄 전환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등은 반영하지 않고 법사위 안대로 남겨뒀다.
민주당은 논란 소지를 최소화했다고 했지만 야권과 언론계, 친여 단체까지 표현의 자유 훼손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여전하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