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국회 본회의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을 상정했다. 지난 7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포함된 특별법을 발의한 후 위헌 논란에 수정을 거듭한 지 5개월 만이다. 이날 민주당 최종안 역시 본회의 1시간 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확정됐다. 민주당은 “위헌 요소가 모두 제거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과 법조계 일부에선 최종 수정안 역시 사법권 침해·삼권분립 훼손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최종안은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절차를 법원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가 전담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판사회의가 내란전담재판부 법관 요건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사무분담위원회가 이에 맞춰 법관들을 선별하고 이를 판사회의가 의결하도록 한 것이다. 사무분담위는 해당 법원 판사들이 참여하는 자문 기구로, 통상적으로 최종 사무 분담 결정은 법원장이 한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각각 2개 이상 전담 재판부를 만들고, 영장 재판부도 따로 두도록 했다. 재판부는 판사 3명의 대등재판부로 구성돼 그중 1명이 재판장을 맡는다.
지난 7월 의원 115명이 발의한 법안에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국회가 3명, 대한변협이 3명, 법원 판사회의가 3명씩 내란재판부 판사 추천위원을 제안하고, 이렇게 구성된 추천위가 판사를 2배수로 추천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구조였다. 이후 법관 추천 위원을 진보 성향 법관들이 주도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6명,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 3명으로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들이 내란재판부 판사를 추천하면 대법관 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추천위 구성의 정치 편향성도 문제지만, 재판부 구성을 위해 별도의 추천위를 신설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위헌 논란으로 논의가 길어지자 일부 여권 지지층은 이를 비판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재판부 판사를 임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수정안은 무엇보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입김을 최대한 차단한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헌성과 위험성을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민주당의 최종 수정안은 기존 법안보다 대법원 예규의 취지와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위헌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된 편”이라고 말했다. 별도의 추천 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법관을 추천하거나, 이 과정에 법관대표회의가 관여하도록 한 부분을 수정하면서 위헌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이날 판사회의를 개최하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대비해 형사재판부를 2개 이상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소속 판사 122명은 이날 판사회의에 참석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취지와 대법원 예규 내용을 검토하고 이같이 결의했다. 내란 관련 사건을 신속하게 결론 내야 한다는 대법원 예규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 최종 수정안이 입법될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담재판부 설치 숫자와 구성 방식, 시기 등은 이날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서울고법 사무분담위원회에서 정할 방침이다.
다만 서울고법 내부에서는 “민주당 법안에 위헌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만큼 그대로 수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판사회의에 참석했던 한 고법 판사는 “대법원 예규에 따라 내란전담재판부를 2개 이상 늘리기로 했지만 무작위 배당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현재 민주당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고 했다.
법조계와 학계에선 위헌적 요소를 줄였다고 해도 특정 사건을 겨냥해 별도의 재판부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재판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입맛에 맞는 법을 만들어서 새 재판부를 꾸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후에 내란 사건만 담당할 재판부를 새로 만든다는 내용이 남아 있는 한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 전직 고등법원장은 “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무 분담 권한을 박탈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에 나눠 주겠다는 것은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위배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