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와 학계에선 17일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소지를 없앴다며 내놓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에 대해서도 “역시나 위헌”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정 사건을 겨냥해 별도의 재판부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위헌 논란을 피해 외부 인사를 배제하고 법원 내부에서 꾸린 추천위의 추천을 통해 내란전담재판부 판사를 지정하겠다고 했는데, 이 부분도 사법권 침해, 삼권분립 훼손이란 해석이 나온다. 재판부 구성 등 인사는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라서 입법으로 제한하면 위헌이란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수정안을 이르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고 하고 있다.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 요구에 따라 연내 내란재판부 설치 법안을 당론으로 꼭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수정안에 대법원, 법무부, 변협, 민변 등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한 부분 등을 최대한 삭제하거나 변경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내란재판부 구성 방식을 입법으로 정하는 것부터 사법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전담 판사 후보 추천위원 9명을 법원 외부 인사 등으로 채우겠다고 했다가 위헌 논란이 일자, 전부 법원 내부 인사로 수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보 성향 법관들이 주도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9명 중 6명을 추천하도록 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지에 “정치권이 사법부의 영역에 들어와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라고 룰을 만든 것 자체가 사법 독립성 훼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재판부와 다른 전담재판부는 사법부에서 내부 규정으로 구성하도록 두고, 특별히 내란재판부만 법관회의 등을 통해 구성하라고 하는 건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원 내부에서 재판부를 구성해도 법관을 추천받아 판결을 맡긴다는 건 작위적”이라며 “피고인 입장에서는 경기 중 심판과 룰이 바뀐 것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조재연 전 대법관도 “특정 사건 ‘사후’에 이를 위한 별도 재판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며 “헌법에 규정된 특별법원은 군사법원밖에 없다는 점, 내란전담재판부가 특정 사건만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위헌적”이라고 했다.
전직 고법 부장판사는 “법관회의는 진보 성향의 판사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이들이 추천한 판사가 내란재판부를 맡으면 피고인들이 기피 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법관회의가 추천권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법관회의는 지난 8일 내란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위헌 논란이 있고, 재판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었다.
민주당이 수정한 ‘내란재판부를 2심부터 설치한다’는 부분도 논란이다. 전직 대법관은 “입법을 했으면 법 시행 이후 기소된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이라며 “공소 제기가 돼 1심 판결이 나온 사건에 대해 새 법을 적용해 2심을 치르게 하면 위헌 시비에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한 법대 교수는 “내란재판부를 2심에 도입해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면 1심에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판이 멈춘다”며 “2심에 위헌제청이 들어가면 최소 6개월은 지체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재판부를 설치한다는 발상 자체가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라며 “세부 조항을 아무리 바꿔도 바로잡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은 내란재판부를 4~5개 설치하고 영장전담판사도 별도로 두는 쪽으로 수정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 전담재판부가 무작위 배당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지성우 교수는 “내란재판부는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무작위 배당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사전에 구성된 재판부를 두고 무작위 배당을 해야 하는데, 내란재판부는 이미 내란 재판이 진행 중에 사후 설치한 것이어서 위법”이라고 했다. 장영수 명예교수도 “내란 사건은 피고인 숫자는 많지만 근본적으로 단일 사건이라 한 재판부로 병합 심리해야 하는데, 무작위 배당 원칙을 지킨다고 사건을 4~5개 재판부로 분산하면 공정성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내란·외환 사범에 대한 구속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부분도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분은 논란이 됐지만 당내 강경파 반발로 수정조차 못했다.
민주당 정청래 지도부와 김병기 원내지도부는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이 주도한 내란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최대한 수정해 위헌 논란은 없애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위헌 소지를 남겨두고 국회를 통과해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라도 하는 날엔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등이 줄줄이 멈출 것”이라며 “이 경우 책임은 여당이 져야 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는 전부 없앨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란재판부 수정안을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알려졌다. 법사위 등 강경파에 맡기지 않고 법원 등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강경파 의원은 “이런 내란재판부는 왜 하냐”고 반발하고 있다. 수정안에 추천위가 추천한 판사 후보를 최종적으로 대법원장이 임명하게 한 부분을 문제 삼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인사를 맡길 수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