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한민수 비서실장과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6일 기존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수정하기로 한 것은 진보 성향의 법조인 등 친여 진영 내부에서조차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강경파 요구대로 기존안을 처리했다가는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내란 재판이 지체될 뿐 아니라,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 입을 정치적 타격은 상당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여당의 수정 방침에 대해서도 “여전히 위헌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날 의원총회를 거쳐 수정하기로 한 부분은 크게 네 가지다. 기존 안은 전담 재판부 법관 추천위원 9명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법무부 장관·판사회의가 3명씩 추천해 구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관 인사에 외부 인사가 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헌법에는 법관 인사권이 대법원장에 있는 걸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수정안에서는 추천위원 추천권을 법원 내부가 갖고, 추천위원 또한 법원 내부인으로 구성하는 등 외부인 참여를 배제했다. 내란전담재판부 법관을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법원 내부에서 추천해 대법관 제청을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다만, 법원 내부 추천 절차와 방식은 이날 구체화되지 못했다.

그래픽=김현국

민주당은 기존 안에서 내란전담재판부를 1심부터 설치하도록 한 내용도 사실상 수정해 2심부터 설치키로 했다. 법안에서 1심부터 한다는 부분은 그대로 두되, 부칙에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예외로 한다는 내용을 넣기로 한 것이다. 1심부터 적용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 등이 내란전담재판부로 넘어가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이대로 확정될 경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이끄는 1심 재판부가 계속 심리한다.

민주당은 법안의 명칭도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 ‘내란 및 외환에 관한 특별전담재판에 관한 특별법’으로 수정키로 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존 법률 명칭이 ‘처분적 법률’이라는 지적을 반영했다”고 했다. 처분적 법률은 재판 절차 없이 효력을 발생하는 법으로, 기본권 침해란 지적이 있었다.

민주당은 또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해 내란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기존 안에서 뺄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이 부분은 삭제하지만 별도로 사면법을 개정해서 내란범 사면은 막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기존 안에 있던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한 구속 기간 1년까지 연장 가능 규정 문제는 수정하지 못했다. 당 지도부 의원은 “당장은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로 못 고쳤는데, 위헌 소지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삭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내란재판부 설치 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할 방침이었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과 강성 지지층에서 “재판이 늦어져서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면서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계에서 위헌 소지 우려가 나오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일 민주당 지도부 만찬에서 “개혁 입법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합리적으로 처리되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지도부에 같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에 정청래 지도부는 로펌에 의뢰해 관련 법안이 위헌인지 따져달라고 했다. 친여 성향 변호사들이 많은 해당 로펌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특정 사건에 대한 재판부를 따로 만드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뿐 아니라, 재판부 판사 구성을 대법원장을 배제하고 여권 입맛에 맞게 한다는 것도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수정 방침을 알린 이날까지도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법원 내부에서 추천하는 판사들로 내란재판부를 만들려면 왜 만드냐”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란재판부 설치 법안을 수정하더라도 위헌 소지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후보 추천을) 법원 내부에서 하는지, 외부에서 하는지가 문제가 아니다. 사후적으로 전담재판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썼다. 한 고법판사는 “공정한 재판의 핵심인 ’무작위 배당’ 원칙을 무너뜨리고, 추천위원의 다수결로 판사를 뽑는다는 점에서 위헌성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치적으로 논란이 큰 사건이 접수될 때마다 담당할 판사를 매번 새로 고를 것인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