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2·3 비상계엄 1년에 맞춰 우원식 국회의장의 월담 지점 표시물, 계엄 해제 상징물 등 국회의사당 경내 곳곳에 기념물을 설치 중인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특별 기획 다큐멘터리 상영, 대규모 학술 대회, 국회 본관 벽면에 화려한 영상을 쏘는 미디어 파사드, 국회의장이 직접 안내하는 다크투어 등 각종 행사도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 이 같은 행사와 시설물 설치에는 국회 예산이 최소 4억3100여 만원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는 우 의장이 계엄 해제 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열기 위해 국회 서문(西門) 방면의 철제 울타리를 넘었던 지점에 기념 표지물을 설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우 의장이 계엄 해제를 위해 담을 넘었던 현장’이라는 취지의 문구를 담은 사각 판 형태의 표지물을 제작해 계엄 1년에 맞춰 설치하려고 막판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을 비롯해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 등 다수 의원은 계엄 당시 국회 정문 등 주요 출입로가 통제돼 국회 울타리나 철제문을 넘어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다만 ‘월담 기념물’은 우 의장 것만 설치된다고 한다. 우 의장은 내달 1일 ‘넘고 넘어: 12·3 비상계엄의 밤, 국회의장의 기록’이란 제목의 책도 출간한다. 책 표지 사진도 우 의장이 긴 재킷을 입고 월담하는 장면이다.
국회는 내달 3일 국회 본관 앞에서 ‘계엄 해제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의미의 문구를 새긴 기념 석판 제막식도 개최한다. 국회는 계엄군·경찰 등에 파손된 국회 시설물이라는 안내 문구와 파손 당시 사진을 함께 담은 전시물 3점도 최근 현장에 설치했다. 국회도서관 앞 출입문과 수소 충전소, 그리고 의원회관 서쪽 방면 울타리 등이다. 국회는 군이 진입해 집기물이 파손되거나 대치 상황이 벌어진 국회의사당 2층 정문, 1·2층 후문, 233호 외부 등에도 조만간 전시물을 각각 설치할 계획이다.
이 같은 행사 기획에는 최소 4억 3100여 만원의 국회 예산이 들어갔다. 아직 산정되지 않은 각종 시설물 설치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 본관 외벽에 빛을 비춰 20여 분 분량의 영상을 보여주는 미디어 파사드 쇼에는 1억1820만원이 투입된다. 이 행사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이었던 탁현민씨가 기획했다. ‘민주주의는 어떻게 지켜지는가’라는 주제의 3부작 특집 다큐멘터리도 방영되는데, 제작·방영에 9886만원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계엄군의 민주주의 침탈을 온몸으로 막아낸 국회 사람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우 의장과 민주당 의원 등의 인터뷰가 주로 들어갔다고 한다. 국회는 계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까지의 과정 등이 담긴 백서(白書)도 발간하는데, 여기에는 1억1050만원이 지출됐다.
‘빛의 민주주의, 꺼지지 않는 기억’이란 주제로 계엄 당시 국회 주변 사진을 엮은 사진첩에는 3157만원이 쓰였다. 내달 3~9일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사진전에는 6902만원이 지출될 예정이다. 올해 연말까지 국회 보좌진, 정당 관계자, 국회사무처 직원 등에게 수여하는 계엄 해제 유공 특별 포상에도 수백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국회에선 12월 3~5일 다크투어도 열린다. 우 의장은 3일 하루는 직접 투어 가이드로 나선다. 다크투어는 전쟁, 재난, 학살, 대참사 등 비극적인 역사가 일어난 장소를 관광지처럼 알리는 행사다. 우 의장은 투어에서 자신의 월담 장소, 계엄군 헬기가 착륙한 국회 운동장, 계엄군과 대치한 국회의사당 2층 현관 등의 주요 현장을 시민과 함께 탐방한다. 하지만 이런 행사가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부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