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최근 국회 법사위 소속 ‘강경파’의 행보에 작심한 듯 제동을 걸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요즘 사석에서도 ‘법사위 강경파’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는다고 한다. ‘법사위 강경파’들이 민주당 강성 지지자인 ‘개딸’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치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모습이란 말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가 화가 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지난 19일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검사장들을 대거 형사고발한 것이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그 사실을 사후에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하나는 강경파들이 계속해서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이슈화한다는 점이다. 당장 내란전담재판부 관련 법안을 처리해 재판부를 바꾸면,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강경파들이 결국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시각이라고 한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민의힘 측과 ‘대장동 국정조사’ 협상을 진행하는 와중에 강경파들이 검사장들을 고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청래 대표 등에게 전화를 걸어 진위를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검사장들을 국정조사 증인으로 불러야 하는데 고발당한 것을 이유로 불출석하거나 답변을 회피할 수 있게끔 ‘강경파’가 만들어 준 셈”이라며 “여야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고 김 원내대표도 화가 많이 났다”고 했다. 그날 김 원내대표는 ‘검사장 고발’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법사위 강경파들이) 알아서 하라 그래라. 뒷감당 거기서 하라고”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강경파들은 최근 내란 특검이 청구한 황교안 전 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장관의 구속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내란전담재판부를 속히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사법부에 대한 압박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내란전담재판부의 경우, 설치하더라도 2심 때부터 재판을 맡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외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 외교 성과가 가려지지 않도록 당분간은 사법부 압박을 자제할 필요가 있는 게 원내지도부의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 9월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등을 추진하면서 이 대통령의 유엔 외교가 묻힌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정청래 대표도 이번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에는 대구 등 지방 일정을 소화하면서 강경 메시지를 자제했다.

그렇다고 ‘법사위 강경파’들이 고개를 숙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21일 라디오 방송에서 “뒷감당 잘할 수 있다.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면서, 이틀 전 김 원내대표의 “뒷감당 거기서 하라고” 발언을 되받았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검사장들) 고발 예정이라고 얘기했는데 원내 지도부가 너무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 이걸 진지하게 안 듣거나 기억 못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내 지도부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얘기도 했다. 그는 “고발을 갑자기 한 게 아니다”라며 “14일 기자회견 때 집단 항명 검사들에 대한 법무부 인사 조치를 요구하면서 국회는 별도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할 거라고 밝혔었다”고도 했다.

법사위 소속 전현희 의원도 이날 “내란 전담 재판, 영장 전담 판사 도입 등이 필요하다”면서 “조희대 사법부 내란 동조 의혹도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결국 ‘개딸’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저러는 것”이라며 “일부는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선명성을 더 부각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앞으로 지방선거 경선이나 당내 선거에서 당원 투표 비중이 더 커지게 된 것은, 이런 분위기를 더 부추길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당의 전략에 해악을 끼칠 정도로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의원들 사이에서 ‘법사위는 뭔데 저렇게 마음대로 하도록 놔두느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