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기자간담회 연 국힘 9일 국민의힘 송언석(왼쪽)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 등 현안 관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법무부가 관여해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권은 9일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위한 준비 작업”이라고 반발했다. 야권 인사들은 “나아가 정부·여당이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해 대장동 사건에서 ‘이 대통령 무죄’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이 대통령 재판 리스크’ 해소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촉구하는 동시에, 야당이 ‘대통령 무죄 만들기 입법’이라고 주장하는 배임죄 폐지, 법 왜곡죄 신설 등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다가 취임 이후 모든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법조계에선 이번 검찰의 항소 포기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대통령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일당에 징역 10년이 최대인 ‘업무상 배임’을 인정했다. 그런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바람에 배임 액수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적용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다 정부·여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 대통령에게도 적용된 형법상 배임죄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법조계는 배임죄가 폐지되면 이 대통령은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특경가법상 배임)과 경기도 법인 카드 유용 사건(업무상 배임) 재판에서 법원이 면소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형사소송법(326조)은 범죄 후 관련 법이 개정 또는 폐지될 경우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이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조작 기소”라거나 “법원의 무리한 판결”을 주장하며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 핵심 인사들은 최근 들어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공소 취소는 법무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해 할 수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공개 회의에서 “검찰은 악의적인 공소를 당장 철회하라”고 했다. 정청래 지도부가 대통령 임기 중에만 재판을 막는 ‘재판 중지법’을 주장하던 중에 다른 목소리가 나온 것인데, 정치권 안팎에선 “대통령 측근들이 진짜 원하는 건 퇴임 후 재판이 재개되는 ‘재판 중지법’이 아니라 아예 사건을 없애는 ‘공소 취소’”라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신설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검찰은 없는 죄를 만들어내기 위해 날조 공갈 협박도 불사하는 조직. 생사람 잡는 패륜 조직을 법 왜곡죄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글을 공유하고 “동의!”라고 썼다.

법 왜곡죄는 판사나 검사가 재판 및 수사에서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려고 사실관계를 조작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실도 찬성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법 왜곡죄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서 이 대통령을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여권이 지목한 검사들을 겨냥한 것”이란 말과 함께 “판사들에 대한 압박도 염두에 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이날 이번 항소 포기에 대해 “과거 무리한 조작 기소, 조작 수사에 대한 반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병기 원내대표는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을 두고 “조직적 항명에 가담한 관련자 모두에게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 지휘부는 특수 수사에서 반복된 높은 무죄율과 무리한 수사 논란, 국민의 비판을 고려해 무분별한 항소를 자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 비리, 대북 송금 사건 등을 이 대통령을 겨냥한 조작 수사로 규정하고 “국정 조사와 청문회, 상설 특검을 적극 검토해서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