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1일 “내년 선거는 정청래 대표의 당대표 연임을 위한 첫 번째이자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대승이 목표이지만 17개 시도지사 선거 중 서울을 꼭 이겨야 선거를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이미 결정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인사만 10명 안팎이다. 하지만 당내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이는 인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기업인 출신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선 지방선거를 8개월 남기고 벌써부터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시작됐다. 세월호 변호사 출신인 3선의 박주민 의원은 이날 방송에 나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3선의 전현희 최고위원, 박홍근 의원도 일찌감치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뛰고 있다. 법사위 소속인 서영교 의원은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인지도를 높여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고민 중이다.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은 추석 이후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당 안팎에선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김 총리와 강 실장은 현재까진 “지금의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에 “서울은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기필코 탈환해야 하는 지역이기에 최적의 후보를 찾기 위해 외부 인사 영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당내에선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네이버 출신의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을 영입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존경하는 기업인”이라고 할 정도로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국내 1세대 IT 전문가이자 네이버 첫 여성 대표를 지냈다. 아직까지 서울시장 등 17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여성이 선출된 적은 없다.
수도권의 민주당 한 의원은 “무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시장 당선 때도 그렇고, 민주당의 인적 자원으로 서울시장 선거를 이겨본 적이 없다”며 “그만큼 서울은 중도 색을 가진 인사가 필요한데, 부동산·경제 등 민생 이슈를 고려할 때 기업인 출신이었던 ‘이명박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다만 박 전 회장과 한 장관 모두 주변에 “정치에 뜻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외부 인사 영입까지 검토하는 이유는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현 오세훈 시장을 넘어서는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아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서울 지역 정치 성향을 보면 경기와 달라서 중도·보수 인물을 내세워야 승산이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서울 지역 득표율(47.13%)이 김문수(41.55%) 국민의힘, 이준석(9.94%) 개혁신당 후보를 합친 것보다 낮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5∼2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10명을 대상으로 무선 자동 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민주당은 43.3%로 국민의힘(38.3%)을 앞섰다. 그러나 서울 지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민주당은 37.6%로 국민의힘(37.9%)에 근소하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군소 정당이긴 하지만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서울에 후보를 낼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민주당 후보의 표가 갈려 국민의힘과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컷오프(예비 경선)를 없애고 출마하고자 하는 모든 후보에게 공천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측근들은 외부 영입 인사 등을 통한 전략 공천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지도부 관계자는 “아직 선거가 꽤 남았기 때문에 성급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서울·부산·충청 등 민주당이 꼭 탈환해야 하는 시도지사 선거에선 예외를 둘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다.